깨끗한 미선거 모금활동/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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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과정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는 후보들의 선거자금 모금활동이다.
대통령후보 지명을 받기위해 나선 공화·민주 양당의 예비후보들은 첫 대결장인 뉴 햄프셔주의 예비선거를 2주 앞두고 모두 이 지역에서 눈코뜰새 없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가끔 별안간 모습을 감추곤 한다.
매일 벌이는 TV광고료,선거참모들의 월급,여행경비 등에 지금까지 모아놓은 선거자금이 바닥나 이를 메우기위해 다른 주로 모금행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경우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멤피스로,보브 케리는 미니애폴리스로,톰 하킨은 클리블랜드로,폴 송거스는 탬파에서 각각 모금활동을 벌였다.
대부분의 경우 특정부호를 지원하는 유력인사가 모금파티를 주선해 파티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1백∼5백달러의 티킷을 팔고 간단한 음료와 간식이 준비된 이 파티에 후보가 나타나 자신의 정견을 밝히고 지원을 호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티가 끝날 무렵 바구니를 돌려 헌금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클린턴 후보는 할리우드에서 5백달러짜리 모금파티를 열어 14만달러를 모았으며 하킨 후보는 2백50달러짜리 파티를 열었다.
전캘리포니아주지사인 브라운 후보의 경우는 정치쇄신을 외치며 1백달러이상의 기부금을 받지 않는등 개인으로부터 1천달러 이하의 정치헌금만 받도록 되어있는 법의 한도에서 각자 자금을 모금하는 것이다.
후보 자신은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자기 주머니에서는 5만달러 이상은 쓸수 없도록 선거법에 의해 묶여있다.
따라서 후보를 판단하는데는 그의 인기나 정책도 중요하나 그가 얼마나 많은 정치자금을 모았느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물론 그때그때 후보가 모은 자금은 연방선관위에 신고돼 즉시 공개된다.
지난 연말까지 부시는 1천만달러,클린턴은 3백30만달러,하킨은 2백20만달러,케리는 1백90만달러,송거스는 1백10만달러를 모아 현재 나타난 인기도와 모금액수가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선거자금이 어디서 어떤 경로로 모아지는지 국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재벌총수가 재력을 바탕으로 정당을 만드는가하면 기업들은 선거때만 되면 후보들의 등쌀에 전전긍긍하고,여당은 요술방망이로 돈을 찍어내며,야당은 국회의원공천을 팔아 돈을 만드는 우리 정치도 이제는 달라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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