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성수석 영예|내달7일 사법연수원수료 여미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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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결혼한 새색시가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 영예의 대법원장 상을 타게 됐다.
한편 이번 사법연수원졸업에서는 2년 전 사법시험 여자수석을 차지했던 여씨의 대학1년 후배 이선애씨(25)가 3등으로 졸업, 어느 해보다 법조계에서의 여성파워가 세질 것 같다.
평균 88·83점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수석을 차지한 여미숙씨(26)는 서울대법대 출신으로 지난해4월 사법연수원 동료이자 대학선배인 이상원씨(32)와 백년가약을 맺어 2월7일 연수원수료와 함께 부부판사가 탄생하게 된다.
1남2녀 중 장녀로 학창시절 수석을 도맡다시피 한 여씨는 대구 성화여고를 졸업한 뒤 84년 서울대법대에 진학, 동 대학원 2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어머니 김순영씨(48)는『비교적 얌전하고 차분한 여성다운 성품』이라며『사위와 함께 좋은 성적으로 법관에 임용될 수 있을 것 갈아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여씨는『여자로서 별다른 성차별 없이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법조계가 가장 나을 것 같아 법대에 진학했다』며 법을 전공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 여기조씨(52)는 현재 의료보험관리공단에 재직중이고 동생 현 수 군(23)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 대학원 진학예정이며 여동생 미정 양(18)은 대학입시 준비중이다.
여씨는『남편이 같은 분야에 있어 시댁과 남편이 자신을 잘 이해해 주고 여러모로 도와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여씨가 남편 이씨를 만난 것은 사법연수원에 들어 온 뒤로 동료로서, 학교선·후배로서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는 것. 90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 1년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현재 남편 이씨는 서울대 박사과정에서 형법을 전공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부터는 함께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있으나 결혼 전 연애기간에는 서로 방해가 될까 봐 따로 공부했었다는 것.
지도교수 곽동효 부장판사는『여씨는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예의도 밝은 학생』 이라며『여씨가 쓴 판결문」은 죄인을 가급적 선도하는 방향에서 사건을 다루려고 애쓴 흔적을 엿볼 수 있어 인간미 넘치는 판사로 성장하리라 기대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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