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도 「공민련」바람직한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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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6개 민간단체들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를 출범시키고 막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려는 시점에서 정부가 공명선거실천 민간단체연합(공민련)이란 관변 기구를 발족시킨 것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갖게한다.
우선 이름부터가 너무도 비슷해 국민들이 혼동하기가 십상인데다가 25일의 공선협 발대식 날짜에 이를 앞서 서둘러 발족대회를 가진 것도 우연인지는 모르나 의심을 갖게 한다.
물론 형식논리상으로는 공명선거를 위한 시민운동조직이 공선협 하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열개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56개의 민간단체들이 협의회를 발족시키면서 단순한 연락이나 협조차원이 아니라 지도력과 집행력도 함께 지닌 조직을 구성키로한 것은 시민운동이 개별적·분산적으로 전개되어서는 아무런 실효도 거둘 수 없음이 지난해 지자제선거를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실은 현재로서도 56개나 되는 이질적인 조직들이 어느정도 통일성을 갖춰 실효성있는 운동을 펼칠 수 있을지가 염려되는 여건이다. 그런데 이름까지도 너무도 유사한 또 하나의 단체가 나와 별도의 활동을 벌일때 전체 공명선거 시민운동이 약화되는 것은 펼연적일 것이다.
정부가 의도한 것이 바로 그거라면 모르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왜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으며 공민련이 공선협과는 어떤 차별성과 존재의의를 지니고 있는가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공명선거실시를 위한 민간조직이 중앙선관위도 아닌 정무2장관실의 적극적인 주도로 조직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민간운동은 자발성이 생명이다.
사회적으로 민간운동이 절실히 요청되는데도 전혀 그러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없을때에는 정부가 그것을 촉발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번의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공민련의 발족과정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민련의 발족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참가명단에 올라있는 많은 단체들이 사전에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가 없거나 내락을 한 바가 없으며 개중에는 불참의사까지 밝혔는데도 명단에 오른 것이다.
우리는 현재로선 공선협이 그 지도인사들의 면면이나 참가단체들의 성격으로 볼 때 공정한 시민운동조직으로서의 면모를 일단 갖췄다고 본다. 공선협 스스로도 보수냐 진보냐의 구별없이 문호를 개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파심에서 이 조직의 성패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데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라고 해서 무조건 친여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또 그런 단체들도 순수한 목적에서라면 시민운동에 얼마든지 나설 수 있으며 힘을 합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배격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이번 조직이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인만큼 공민련이 아닌 정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참가의사도 밝히지 않은 단체를 명단에 올린 것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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