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일 새벽 한·미 FTA 마무리 … 다가온 '제3의 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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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무리됐다. 협상이 최종 타결로 마무리되면 새로운 KUFTA(한.미 FTA의 약칭) 시대가 열린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구한말과 1960년대 수출입국에 이은 제3의 개국을 맞이한다. 한국은 대외 문호를 활짝 열어 세계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수입시장은 연 1조7000억 달러로 일본.중국.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KU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과 FTA를 맺게 된다.

한국 측 협상단 고위 관계자는 2일 새벽 "양측이 반 걸음씩 양보해 KUFTA 협상이 마무리됐다"며 "공식 발표는 해가 뜬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상 시한을 48시간 연장한 양국 협상단은 1일 오후부터 고위급 협상을 재개했다. 양국 협상단은 막판까지 대치를 거듭하다 1일 저녁부터 핵심 쟁점인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에서 극적으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자동차 문제를 양보했으며, 우리도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결정을 수용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쇠고기 관세도 단계적으로 낮추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농업 협상을 맡고 있는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도 "미국이 고집하는 농업 분야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 주장을 우리가 받아들이되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계절관세, 수입쿼터 설정으로 예외적으로 취급하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혔다"고 말했다.

대미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미국이 승용차 관세(2.5%)를 대부분 3년 이내, 일부는 즉시 철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율 관세(25%)가 적용되는 픽업트럭의 관세 철폐 시기도 10년 내로 앞당기기로 했다. 그 대신 한국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8%)를 즉시 철폐하고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를 현행 5단계에서 상당부분 간소화해 실질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노 대통령 오늘 특별담화

노무현 대통령은 KU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협상 결과와 농업 등 피해 분야의 대책을 설명하기 위한 대국민 특별담화를 2일 밤 TV 생중계로 발표할 예정이다.

홍병기.박승희 기자

◆ 제3의 개국=개국은 거대한 개방이다. 제1의 개국은 조선 말 신미양요(1871).강화도조약(1876) 등 역사적 진통을 거쳐 타의에 의해 이뤄진 개국을 말한다. 제2의 개국은 산업화와 수출입국(立國)이 추진된 1960년대 중반으로 잡는 학자가 많다. 제3의 개국은 2007년 한.미 FTA를 계기로 한국이 능동적으로 대외 문호를 개방하려는 것을 일컫는다.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FTA는 국가들 사이에서 물자나 서비스가 자유롭게 오가도록 관세를 없애거나 무역장벽을 낮추는 협정이다.

◆ 신문 제작 마감 시간이 지나도록 한.미 FTA 협상이 끝나지 않아 일부 지역에는 최종 결과가 실리지 않은 신문이 배달됐습니다. 신문에 싣지 못한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에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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