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언급」 승계 임박신호 관측/김정일 “정통성” 주장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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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군 총 사령관 추대뒤 군중집회등 맹렬한 우상화 작업/일부에선 “생일앞둔 단순한 상징조작일뿐” 분석도
북한에서 권력이양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을 전후로 단행되리라는 분석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비서가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스스로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비서는 이번에 『혁명의 길을 최초로 개척했던 수령님(김일성 주석)의 사상과 위업은 수령님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충실한 후계자에 의해 지켜지고 계승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평양방송이 논평프로그램을 통해 밝혔다.
김비서의 이같은 언급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그 내용이 아니라 언급의 주체가 김비서라는 점이다.
북한에서 「권력승계」의 논리는 86년 김일성 고급당 학교 40주년 행사에서 김일성 주석이 행한 「조선 노동당 건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이미 확립됐다.
즉 ▲김일성의 사상 및 위업을 실현하는 것은 후계문제의 완성을 통해 가능하다 ▲후계자는 김일성의 사상·위업계승에 대한 「충실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게 바로 그 논리다.
따라서 김비서의 이번 언급내용도 그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언급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큰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김비서가 후계논리를 스스로 언급했다는 점은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을 감안할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말 김비서를 군총사령관으로 추대한후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부각키는 작업을 맹렬히 추진해오고 있다.
금년에 처음으로 김비서의 생일(2월16일)과 관련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를 연초부터 개최했다.
각 대열은 이 편지에서 『김정일을 영원히 지도자로 받들고 그의 영도에 따라 사회주의를 끝까지 완성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정일화」를 전지역 5천5백개 단위에 모두 10만그루를 보급완료했으며 지난해 4백80명의 「충성스러운 영웅」들에게 생일상·결혼상·환갑상을 마련해 주었다고 북한 언론매체들은 선전했다.
김비서의 군총사령관 추대이후 각 시·군,공장·기업소,군부대등 수만개 단위에서 군중집회를 열고 충성맹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렇게 볼때 김비서가 스스로 후계논리를 언급한 점은 김비서의 권력승계가 더욱 「가시화」됐다고 관측된다.
특히 남한과의 정상회담을 김비서로 하여금 담당케 하려는 의도를 북한이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대내외 분석을 감안하면 「주석」자리가 빠르면 김비서의 생일전후에 이양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물론 김정일의 이번 언급등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은 김정일 비서의 생일을 앞두고 그를 「단순히」 부각시키는 정치적 상징조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이번 김정일의 발언은 그가 권력승계에 한발짝 더 다가서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징조의 하나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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