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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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에는 남북간의 바둑교류가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바둑인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북한은 89년8월 국가체육연합회 산하에 바둑협회를 결성, 평양의 청춘거리에 바둑회관을 마련하고 『바둑은 고유의 민속놀이』라는 새로운 해석과 함께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린 재목들을 발굴하여 북경에 바둑유학을 보내기로 했다는 점에서도 그 열의를 짐작할만하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비생산적이라하여 거들떠보지도 않던 바둑을 갑자기 장려하게된 동기는 7백만명의 바둑인구를 자랑하는 남한이 바둑으로 단단히 국위선양을 하고 있음에 자극 받은 바도 적지 않겠지만 사실은 재일동포 애기가들의 끈질긴 설득이 크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재일조선인바둑협회의 구쾌만 회장(아마6단)이 앞장서서 애쓴 인물로 손꼽힌다. 재일동포들은 요즘 바둑을 통해 멋지게 화합하고 있다. 민단계나 조총련계의 바둑협회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새롭게 고려기도협회를 만들어 이념·소속을 초월, 함께 어우러져 바둑을 두고 있다. 민단계의 거부 방원준씨(아마 6단)가 회장인 고려기도협회는 매월 둘째 일요일에 모이는데 그 정관이 특이하다. 『참석자는 정치얘기를 절대로 하지 않으며 오로지 기량연마와 친목만을 도모한다』는 것이 그 골자인데 모두들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의 성과로 볼 때 남과 북이 바둑을 통해 서로 만난다면 통일을 앞당기는 성과까지도 거둘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고려기도회에 나와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또한 이들은 바둑용어의 통일을 강조하기도 한다. 북쪽은 이제 시작이라 용어가 정립되지 못한 탓으로 자칫하다가는 바둑용어 때문에 혼란이 일어 이질감을 맛보기 쉽다는 것.
재일동포들이 자문하여 만든 북한의 바둑용어를 살펴보면 「포도송이」를 「호떡」으로, 「회돌이」를 「홀치기」로 하는 등 우리와는 상이한 내용이 적지 않다. 하루빨리 남과 북이 만나 바둑용어 통일작업부터 서둘러야겠다·최근 북경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남과 북, 그리고 중국이 각각 10명씩의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우선 북경에서 만나 제1회 대회를 갖자는 내용. 그런 다음 제2회 대회는 평양, 제3회 대회는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돌아가면서 바둑잔치를 벌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다. 북경측은 이미 평양측의 내락을 받은 눈치고, 우리측도 적극 찬성이어서 금년 중반기 중으로 북경대회가 성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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