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는 리모델링 중] 4. 부동산개발社 모리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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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기능을 외곽으로 자꾸 분산시키면 국제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도심 공간에 업무와 주거, 문화와 교육 기능을 집적하는 개발이 필요하다."

롯폰기 힐스를 지은 모리빌딩의 모리 미노루(森稔.68)회장은 "도쿄 도심의 구조를 뉴욕의 맨해튼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능 집적론을 폈다. 도쿄 외신기자 클럽이 최근 그를 초청해 연 간담회 자리에서다.

"도쿄와 뉴욕.파리를 비교할 때, 낮에 도심에서 일하는 사람은 3백만명 안팎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도심에 살면서 밤 시간까지 여기서 보내는 사람의 수는 파리와 뉴욕이 각각 2백만명과 1백50만명으로 낮 인구의 절반 이상인데 비해 도쿄는 56만명이다. 그만큼 밤의 도심이 비는 것이다. 도쿄 사람들은 매일 출퇴근에만 평균 2시간30분을 허비한다."

모리 회장은 "도쿄 사람들의 거주지가 일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게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근본 요인 중 하나다. 이들에게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1998년 이른바 '도시 뉴딜 정책'을 제안했다. 도심을 재개발해 사람들의 업무.주거 공간을 두배로 늘리면 이들의 여가도 갑절로 늘게 된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에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영향이 컸다. 르코르뷔지에는 도심의 낡은 빌딩을 고층 빌딩으로 대체하고 여유 공간을 녹지로 채우는 '수직 도시'를 주창했던 사람이다.

모리 회장은 "일하고 즐기고 잘 수 있는 공간들을 몇분 거리 안에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그 결실 중 하나가 롯폰기 힐스"라고 했다. 지진 지대인 일본에는 수직 도시 개념이 맞지 않는 듯하지만, 건축 공법이 발달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인구 집중 우려에 대해선 "뉴욕을 보면 인구 집중이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가져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도심 재개발이 국제 도시 도쿄의 경쟁력을 높임은 물론 일본 경제의 부활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폰기 힐스 안에만 5천개의 풀타임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며 "재개발을 위한 건설 사업과 새로운 거주.문화 공간의 탄생은 경제에 큰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빌딩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디딤돌로 해 중국과 태국.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1백1층.4백92m의 월드 파이낸스 센터를 2007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도쿄=김광기 기자,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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