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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대통령선거 출마 ˝코리안 수염〃 진복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성명 진복기
생년월일 1917년 11월17일(74세)
현주소 서울 도봉구 수유1동486
직업 목사·정치인
경력 항일투사·지리산토벌대장·정의당창당·71년 대통령후보 출마·기독성민당 창당
이상은 금년 말 실시될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야말겠다는 당찬 의욕을 보이는 진복기씨의 신상명세서다.
현역목사가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범상치 않지만 이미 그는 목사가 되기 전에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겨놓았다.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치열한 선거전을 벌여 살벌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지난 71년 대통령선거에서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검은 카이제르 콧수염을 휘날리며『집 팔고 땅팔아 출마했시다. 솔직히 나좀 찍어주소』라고 한 표를 호소해 유권자들에게 이색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카아제르수염 모양의 검은 콧수염(그는 카이제르수염이라고 묘사한 언론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내 콧수염이 어째 카이제르냐. 코리안수염이라 해라』고 항변한다)과 연관지어 정치코미디언쯤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7명의 후보 중 당당히 3위를 해 예상을 뒤엎었다.
자칭 동메달리스트. 그때의 감격(?)을 못 잊어서인지 금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인천 앞바다에 큰 파도가 쳐 방파제를 넘으면 어느 누구도 못 막는 것처럼 민심이 뒤바뀌면 이 진복기가 당선되는 것을 어느 누구도 못 막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성민을 만나고 모으는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단군성조의 자손인 배달민족은 모두 성민이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수유동 뒷산 약수터에 올라 하나님께 기도하고 물 마시고 운동한다. 그리고는 산에 오르는 성민들을 만나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정치 이야기를 한다.
특유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다 육두문자가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독설에 가까운 정치현실 비판에 성민들이 모두 감동한다는 그의 주장이다. 『요즘 정치인들 모두 썩었어요. 돈에 썩고 감투에 썩고. 민자당을 보세요. 매일 감투싸움만 하는 정당 아닙니까. 그들은 정권 못 잡으면 다 흩어질 사람들입니다.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뭐 재벌해서 돈벌었다는 사람이 정당한다고 나섰는데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걸레예요, 걸레.』
그의 세치 혀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치비판의 독설은 끝이 없다. 열을 올리며 목청을 몇 옥타브 높이는 자세가 희수를 눈앞에 둔 칠순노인답지 않다.
『정치는 돈 갖고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그는 정치에서의 지역감정문제를 개탄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성민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에게는 지역감정이 전혀 없더라는 설명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겼어요. 전라도가 어디 있고, 경상도가 어디 있습니까.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되겠다고 지역감정을 만들어냈지요. 이제 금년 선거에서 성민들이 그들을 싹 쓸어낼테니까 두고 보십시오.』
그래서 단군의 성민이자 하나님의 자녀들로 구성되는 기독성민당을 창당했다고 했다. 어느 지역 출신이건, 돈이 있건 없건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깨끗하게 살고 정치할 사람들로 구성되는 정당이라는 설명이다.
기독성민당은 진씨가 정치규제에서 풀린 직후인 지난 85년11월 창당했다. 그러나 아직도 선관위에 등록을 못해 법적인 정당은 아니다.
그 이유는 정당법에 의한 법정 지구당수를 창당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진씨의 주장은 다르다.
『이미 48개 지구당 조직을 마쳤습니다. 미리 공개적으로 하면 권력의 방해를 받기 때문에 미루고 있는 것뿐입니다. 1월말이나 2월초쯤 일제히 신문공고를 낼테니 보십시오. 또 그렇게 하는게 돈이 덜 드니까요.』
그래서인지 그는 당원수·자금규모 등의 공개를 한사코 거부했다. 1천3백만 기독교인들이 자기를 밀어주는 지지자라는, 조금 황당한 듯한 주장이다.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그는 『돈도 모아놓았다. 남이 1억원을 쓰면 1천만원쯤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수유동의 넷째 아들 성천씨(36)집에서 기거한다. 생활비는 큰아들 성수씨(43·공무원)가 대준다고 했다.
아직도 건강은 젊은이 못지 않아 주먹으로 돌을 격파할 정도라고 주장했다(자칭 태권도7단). 눈도 좋아 아침에 국내신문을 모두 보고 일본의 요미우리·마이니치신문까지 읽는다고 했다.
진씨는 88년 예수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현재까지 수유동 속칭 빨랫골에 있는 화락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하나님 정당을 만들기 위해 목사가 됐다는 진씨는 『목회를 하고 보니 하나님 뜻대로 정치해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굳어졌다』며 『대통령이 되더라도 목회일은 계속하겠다』고 했다.
목사가 된 경위에 대해 그는 일제시대 때 이미 신학교를 다녔고 20년 넘게 부흥강사를 해왔다고 소개하고『우리 민족은 5천년 전부터 하느님을 믿어왔고 그래서 기독교 전통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14전15기한 정치인, 반공주의자, 하나님 사람이라며 『나는 집도 절도 없는 사람. 그러나 신념과 의지만은 확고하다』고 외치는 진씨가 금년 정치판에 또 어떤 화제를 뿌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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