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류가 통일 앞당길 것”/방북 마친 기독교 권호경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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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북교회협의회 평양개최 문제등 타결/김일성 면담석상서 “정상회담 갖고싶다”
『갈라선지 47년만에 처음으로 북한의 신도형제들을 만난다는 감격에 심장만이 아니라 손과 발이 다 떨렸습니다. 통일에 앞선 민족의 영적·정신적 일치를 위해 남북이 함께 스스로를 변화시켜가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새해들어 7일부터 13일까지 6박7일 일정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14일 밤 귀국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교회협) 권호경 총무(사진)는 자신의 이번 방북이 그동안 해외에서만 이루어졌던 남북기독인의 만남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작으나마 통일의 지름길을 닦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총무는 이번 방북은 북한의 조선기독교연맹측과 지난 90년 제3차 글리온회의에서 합의한 1995년 희년 5개년공동사업의 실천세부사항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평양 체류기간중 그들과 올 8월9일의 남북공동주일에 양측이 사용할 예배문과 예배순서를 공동으로 작성,확정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방북협의과정에서 북한의 조선기독교도연맹측은 오는 2월17일 서울 동광교회에서 열리는 KNCC 제41차 정기총회에 고기준 서기장을 비롯한 5∼10명의 관계자를 참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주었고 또 8월 중순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회의 협의회를 평양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우리측 요청에도 긍정적 검토를 약속했습니다.』
그는 평양을 떠나던 13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40분동안 주석궁에서 김일성 주석과도 만나 오찬을 겸한 환담을 나누었다고 밝히고 『김주석은 KNCC의 민족자주통일주장에 동의를 표했으며 2월로 예정된 북한 기독교대표들의 서울방문을 적극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권목사는 『김주석과는 주로 비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그가 오찬도중 가까운 시일안에 노태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싶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남북최고 지도자간의 직접회동이 머지않아 성사될 수도 있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2일 평양 봉수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3백여 북한신도들 앞에서 「우리를 하나되게 이끄시는 예수그리스도」란 제목으로 설교도 했다는 권목사는 『똑같은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사람에 따라 혹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설교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2월 제3국을 통해 입국하기로한 북한기독교 대표들의 서울방문에는 지금과 같은 화해분위기만 유지된다면 아무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 권총무는 『북한측과 합의한대로 KNCC는 앞으로도 희년정신의 구현을 위해 남북교회가 서로 나누는 운동을 전개,영적·정신적 일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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