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동전 살 물건이 거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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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볼펜·연필·우표·엽서 등 몇개뿐/70년엔 두부 7모·라면 5봉지/80년에 두부 1모·라면 1개로 줄어
호주머니에 백원짜리 동전 1개만이 남았다치자.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호떡 하나(1백50∼2백50원) 사먹을수 없고 일반 버스 한번타기(1백70원)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결국 공중전화(20원) 한번 걸고 잔돈을 뒷사람에게 넘겨주거나,자동차의 터널통과비로 던져넣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별로 쓸모가 없는 백원짜리 동전이지만 지난 70년 백원짜리동전이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만해도 구매력은 대단했다.
대한상의는 물가연감에 따르면 지난 70년 백원짜리동전 1개로 살수 있는 물건은 꽤 많았다.
우유(1백80㎖) 1병반,두부(1백50g) 7모,라면 5봉지,비스킷(70g) 3봉지,식빵(6백g) 1봉지,콜라(3백40㎖) 2병,막걸리(1ℓ) 1통반,소주 2홉들이 1병반,연탄 6장,화장비누 3장,연필 1다스,볼펜 5개,대학노트 3권 등이 모두 백원짜리 동전 한닢이면 해결될 수 있었다.
또 젊은 남녀 2명이 덕수궁(어른입장료 50원)이나 시내중심지의 다방(코피 1잔 50원)에서 너끈히 데이트할 수도 있었다.
자장면(1그릇 55원)을 먹고 당구치는(10분에 30원)동안 구두를 닦게할 수도(20원)있었고 엽서 20장이나 편지 10통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막강한」 백원짜리도 인플레 앞에선 맥을 못추어 10년 뒤인 80년에는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80년 당시 백원짜리 동전으로 살수 있었던 물건은 라면 1개,비스킷 1봉지,볼펜 2자루,두부 1모,연필 2자루 등으로 줄었고,시내버스 한번 타고(85원) 엽서 한장을 사면(15원) 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동전 하나가 줄어들었다.
특히 자장면(1그릇 3백80원)을 먹고 구두를 닦거나(2백원),덕수궁(입장료 2백50원)에 들어가려면 백원짜리 동전 3∼4개가 있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백원짜리동전이 구매능력을 거의 잃었다. 백원짜리동전으로 살수 있는 것은 이제 볼펜·연필 1자루(1백원),우표 1장(1백원),엽서 1장(70원) 등 몇개 남지 않았다.
일부 과자,빙과류는 아직도 1백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2백원(상의물가조사 기준)으로 올랐고,라면도 백원짜리는 거의 사라지고 2백원짜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또 몇년전만해도 1백원 정도였던 호떡·풀빵 등이 올 겨울에는 1백50∼2백50원으로 올라 어린이들이 백원짜리동전 1개만으로는 군것질도 못하게 됐다.
결국 21년동안 백원짜리동전의 구매력은 연필 1다스에서 1자루로 줄어든 셈이다.
이기간중 각종 가격이 자장면(55→1천5백원),구두닦기요금(30→6,7백원),연탄 1장(18→1백95원) 소주 1병(70→5백원),일반버스요금(20→1백70원) 등 최고 30배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백원짜리 동전의 실물크기는 지금이나 21년전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가치는 몰라보게 작아진 것이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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