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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항공 산업 기지" 힘찬 날개짓|사천군-경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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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남 사천군이 2000년대 첨단 항공 산업 단지로 탈바꿈한다.
남해안의 영세한 농·어촌으로 머물러온 사천은 정부의 차세대 전투기 생산 계획에 따라 사남면 방지·유천리 일대 85만1천평에 항공 부품과 전자·정밀 기기 등 첨단 산업을 유치할 지방 공단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불붙고 있다.
이와 함께 사천 지역은 올해 착공할 60만평 규모의 진사 공단을 비롯, 이미 부지 조성을 끝낸 삼성 항공 건설 부지와 사남·곤양 농공 단지 등 모두 1백여만평의 공단이 들어서게 돼 경남의 첨단 산업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경남의 남서해안에 위치한 사천군은 사천만의 동·서로 자리잡은 해안 내륙 지역으로 총면적 3백36·79평방 km.
전체 인구는 작년말 현재 1만4천6백여 가구 5만3천1백여명.
사천 지역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포상팔국의 하나인 사물국의 땅으로 전해진다. 변한에 딸린 부족 국가인 이 포상팔국은 신라 나해왕 때 (209년) 신라에 병합, 사물현이 됐다.

<맥주보리 이름나>
경덕왕때 이곳 지명이「사수」로 바뀌어 이웃 고성에 속했으나 고려 현종때 사주로 바뀌어 진주목에 포함됐다.
이후 조선시대 세종때 오늘날의 사천이란 지명을 얻었고 1897년 사천현이 사천군으로 바뀌었다.
1956년에 당시 삼천포읍과 남양면을 합쳐 삼천포시로 독립한 후 현 사천읍과 곤양면 등 8개 읍·면에 1백91개 이의 행정 구역을 갖게 됐다. 지형적으로 사천은 내륙 깊숙이 파고든 사천만을 통해 왜적의 침입이 잦아 피해가 심했던 곳이다.
이곳 사천만은 충무공이 만든 거북선 13척이 첫 승리를 기록한 임진왜란의 전승지 이기도 하지만 정유재란 (1597년)때 사천·진주일대 전투에서 조명연합군 3만8천여명이 희생된 곳으로 역사의 영욕이 교차했던 곳이다.
유물로는 남방식 고인돌 10여개와 세종 때 왜적을 막기 위해 현 사천읍정의·선인동 일대에 쌓은 길이1·5km의사천성도 대부분 허물어지고 3백여m 정도가 일부 남아 있다.
지역 특산물로는 다솔사 부근에 자생하는 죽로차와 사천만 일대에서 잡은 백합·굴·새고막 등 해산물 등이고 용현면 선율리의 백합죽은 식도락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60년대 말 우리 나라 축산 진흥의 기원을 이룬 사천 돼지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재래종 돼지와 영국산 바크셔를 교배, 질병에 강하고 성장이 빠르며 고기 맛이 좋아 인기를 끌어 널리 사육됐었다.
이밖에도 맥주의 원료로 쓰이는 맥주보리의 사천1호∼6호가 개발, 보급된 맥주보리 원산지인 사천군은 지난해 4천8백70여 농가에서 2천2백58h의 맥주보리를 재배했다.

<비토섬 본격 개발>
어업도 대부분 영세성을 벗지못한 채 연근해 어업으로 생계를 이었고 수산물의 70∼80%는 백합 등 조개류가 대종을 이뤄 한때 『사천 경제는 개발 (조개) 장수 아지매의 주머니에 달렸다』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었다.
최근 들어 사천은 하루 1천여명이 이용하는 사천 공항을 비롯해 남해고속도로, 추진중인 진주∼대전간 고속도로 건설 등 고속·국·지방도로와 인근 삼천 포항을 끼고 발달한 교통망, 사천만과 인접한 공단 부지 조성 등으로 첨단 산업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부터 96년까지 총 사업비 1천1백5억원을 투입, 5년 동안 건설할 진사 공업 단지는 바로 인접한 삼성항공 사천 공장과 사남 농공단지와 연계, 전자·정밀 기계를 생산하는 최첨단 산업 기지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삼성항공의 협력 업체인 대한항공·대우중공업 등 항공 관련 10여개사와 2백여 업체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삼성항공은 진사 공단과 인접한 사천읍 용당리 일대 25만평에 항공기 제작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2천7백억원을 들여 올 상반기 중에 착공, 제작 공장 4만여평과 20여만평의 부대 토목 공사를 오는 9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사남면 유천리 일대 사남 농공 단지는 단일 농공 지구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17만4천7백여평으로 작년 말 부지 조성을 끝내고 대동기어 (주) 등 9개 업체가 입주, 올 연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연간 2천여명의 고용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은 서포면 비토섬을 개발, 인근 19개 유·무인도를 관광 휴양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군은 3백7h의 비토섬에 일주도로 4km를 개설하고 현재 공사중인 길이 2백40m·폭 8m의 연륙교를 완공, 육지와 연결될 내년부터는 민간 자본을 유치, 해수욕장 등 위락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급속한 발전이 전개되는 사천군은 환경 보호와 지역 문화 진흥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사천 청년 회의소는 오는 9월 군내 기관 단체와 읍·면·이장, 도·군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발전 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사천 JC회장 조용문씨 (39·새싹 서점)는 『처음 갖는 토론회에서 지역 발전 방향과 공해 방지 등 환경 보호 등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산오광대 전승>
사천 라이온스 클럽 (회장 이재필·55), 로터리클럽 (회장 채경선), 사천 팔각회 (회장 김정규) 등도 지난해 건립한 도서관에 도서 기증 운동을 펴는 한편 소년 가장 등 불우이웃돕기로 향토 사람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3개 여성 단체로 구성된 여성 단체 협의회 (회장·양화자·61)는 부인회와 여성 교실 등을 통해 자녀 지도와 환경 개선 등 농·어촌 주민 의식 개혁 운동을 벌이고 있다.
향토 문화 축제인 수양제 행사는 지역 문화 예술인들과 사회 단체 등이 공동으로 주관, 올해로 16회째를 맞는다.
사천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꼽히는 사천 가산오광대 (국가 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73호)는 조선시대 이곳에서 발상된 가면극으로 동아대 강용권 교수 (국문학 박사)가 발굴, 74년 경남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됐다. 김영철 사천 군수는 『진사 공단을 비롯, 첨단 항공·전자·정밀 기계 공장들이 들어서면 사천은 서부 경남 산업·경제의 중심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도시·농촌이 고루 잘사는 사천이 건설되도록 행정·주민이 함께 지역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허상천 기자 사진 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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