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재보험 → 코리안리' 변신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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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기업 민영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시장 개방과 이에 따른 경쟁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러나 코리안리.KT&G.포스코.KT.두산중공업 등 민영화 기업들의 현황은 민영화 이후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은 성과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들 회사는 경쟁체제에서 오히려 강한 회사로 탈바꿈했다.

코리안리는 1978년 대한재보험주식회사로 출범했으나 98년까지 정부의 강력한 보호와 규제를 받아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는 회사였다. 국내 보험회사들은 재보험을 의무적으로 이 회사에 가입해야 했다. 대신 정부는 공무원을 이 회사의 사장으로 내려 보내는 등 공기업이나 다름없이 다뤘다. 그러다 98년 재보험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세계적인 재보험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정부도 간섭을 중단했다. 실질적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시장 여건은 그만큼 불리해진 것이다.

2002년 코리안리로 사명(社名)을 바꾼 이 회사는 국내 시장을 잠식당하는 만큼 중국 등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98년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했던 해외 비중은 지난해 15%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수입보험료)이 세 배 가까이 커졌으므로 해외 매출은 9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98년 말 953억원에서 현재 1조4000억원대로 커졌다.

옛 전매청에서 정부출자기관인 담배인삼공사로 바뀌었다가 2002년 민영화한 KT&G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10% 이상 국내 시장을 차지했던 외국 담배회사는 그 무렵 국내에서 담배를 만들어 팔 수 있게 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현재 외국 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28% 수준. 이처럼 여건이 나빠졌는데도 KT&G의 실적은 더 좋아졌다. 특히 담배 해외수출은 97년 99억원에서 2002년 1897억원, 지난해 3338억원으로 크게 늘고 있다. 회사가 효율을 높이고 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얘기다. 전매청 시절인 87년 1만3000여 명이었던 종업원 수는 지난해 4277명으로 3분의 1 규모로 줄었지만 회사 덩치는 훨씬 커지고 내용도 알차졌다.

2001년 2월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옛 한국중공업은 인력이 민영화 직전인 2000년 7516명에서 지난해 4934명으로 34% 줄었지만 이 기간 매출은 2조4091억원에서 3조5086억원으로 46% 늘었다.

특별취재팀 = 이세정.정경민.윤창희(이상 경제부문)
이찬호.김종윤(이상 사회부문), 안장원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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