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컴퓨터 패스에 맡기세요"|올림픽 축구 대표 김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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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일 전지 훈련에서 돌아온 지난주 초부터 마음이 편치 않다. 연일 계속된 강훈 탓으로 몸은 지쳐 있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드디어 13일 오후 바르셀로나 올림픽 무대에 나서기 위한 예비 시험장인 콸라룸푸르로 떠난다. 서울과는 판이하게 다른 기후, 그리고 중동의 장신들과 사투를 벌여야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돌이켜보면 지난 3년은 견디기 힘든 악몽의 세월이었다. 청소년 대표로 선발돼 싱가포르 청소년 대회에서 맛본 우승의 기쁨도 잠시. 연습 경기 도중 입은 부상 (아킬레스건 파열)으로 좌절해야했던 쓰라림을 어찌 잊겠는가. 한땐 「패싱의 교과서」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나 한순간 모든 것이 허물어져 내린 것이다.
시련은 그 후로도 끊이지 않았다. 왼쪽 무릎에 이어 오른쪽 무릎마저 성치않게 됐다. 그러던 차에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의 치료는 행운이었다. 무릎 수술 후 그곳 의료진들이 전한「완전 회복」 진단은 내겐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봄의 일이었다.
작년 10월 다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았을 때의 기쁨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재기무대 격인 독일 올스타팀과의 두차례 평가전과 러시아 연방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팀과의 세차례 평가전은 내게 큰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비로소 합격 판정을 받은 셈이었다. 체력은 달려도 고려대 후배인 노정윤과 콤비를 이룬 더블 게임 메이커로 부동의 위치를 굳히게 된 것은 더욱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이제 1주일도 안 남은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서 반드시 올림픽 본선 진출 티킷을 거머쥐어야 한다.
28년만의 올림픽 자력 진출의 꿈은 결코 잿빛일 수 없다.

<신상 명세서>
▲생년월일=70년11월24일·강원 홍천 산
▲신체 조건=1m72cm·66kg, A형
▲학교=서울 미동국→경신 중·고→고려대 (졸업 예정)
▲경력=주니어 대표 (87년5월), 청소년 대표 (88년3월), 국가 대표 (89년9월∼)
▲가족 사항=안옥자씨 (49)의 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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