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육군, 태권도 훈련과목 채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28일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낭보 하나가 국내로 전해졌다.

남아공 육군이 태권도를 정규 훈련과목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이다. 이 나라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하이델베르그 육군체육부대 안에서 짓고 있던 태권도 센터도 이날 문을 열었다.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교관 100명이 올 연말까지 이곳에서 양성될 예정이다.

태권도 불모지인 남아공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이상해 무관(육군 중령.사진)의 노력이 있었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본부 소속인 이 중령이 주 남아공 대사관에 무관으로 부임한 건 2004년 8월. 그는 군기가 느슨하고 체력이 부실한 남아공 육군을 보면서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 정신무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권도 공인 5단인 그는 1996~97년 국제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앙골라에 파견됐을 때에도 유엔군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남아공 군 수뇌부에 태권도 교육을 권해봤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군인들 중에 일본의 가라데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취미 삼아 가라데나 전파하는 게 어떠냐"는 핀잔만 받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중령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다. 군 수뇌부 앞에서 직접 태권도 시범을 보였고, 한국 육군의 태권도 훈련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공수해 보여주기도 했다.

"가라데는 손을 주로 쓰지만 태권도는 발을 함께 쓰는 강력한 운동이자 올림픽 종목이다. 적의 후방에 침입해 소리없이 제압할 수 있는 전투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논리로도 설득이 잘 안되자 그는 장병들에게 "칼과 삽을 들고 덤벼보라"고 주문하고 이를 제압하는 시범까지 보였다.

지난해 12월 육군 장병들의 정규 훈련 과목으로 태권도를 채택한다는 남아공 육군 총장 Z.S.쇼케 중장의 결재가 났다.

2년여에 걸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중령은 교관 양성을 위한 훈련도 책임지기로 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일원으로 남아공에 머물고 있는 태권도 사범 조정현씨도 그를 돕기로 했다.

이 중령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원과 에너지의 보고인 아프리카 대륙에 한국을 알리는 데 태권도가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