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설 땅 어디에…(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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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무슨 때만 되면 거창한 장애인돕기행사로 법석을 떨다가도 막상 실생활에 맞부닥치면 모두들 꺼리니….』
『장애인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 낙후된 이 지역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설 경우 더욱 뒤처질 것을 우려하는 거지요. 아이들 교육상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요.』
9일 서울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세워질 서울 마장동 신축공사장 현장.
땅만 군데군데 덩그렇게 파헤쳐져 있을 뿐 포클레인은 시동이 꺼진채 한쪽 구석에 눈치보듯 놓여있을 뿐이었다.
『장애인회관을 철폐하라』『장애인회관이 웬말이냐.』
지난해 12월23일 첫삽 뜨기가 무섭게 지역주민들의 저지로 공사는 이틀만에 중단되고 부지이전을 요구하는 붉은 글씨의 현수막만 휘날리고 있었다.
당초 이곳에는 연건평 6백평규모로 지하 1층·지상 3층의 복지관을 건립,점자 도서실·상담실·재활치료실등 장애인 교육 및 재활시설이 올 9월까지 완공될 예정이었다.
『수많은 차량과 보행인이 이용하는 간선도료변에 건립될 경우 도시미관을 해칠뿐 아니라 안정을 요하는 신체부자유자들에게 부적합하니 한적한 시 외곽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공사를 중단시킨 인접주민 5백29명은 이어 연명으로 진정서를 만들어 청와대·시장 등에게 보였다.
즉 평당 1천5백여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는 이곳을 팔아 변두리에 대토를 구해주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제 공사강행에 대비해 대형천막을 만들어 놓고 상주저지계획을 잡아 놓고 있다.
「지역낙후」주장뒤에 숨어 있는 땅값하락이라는 현실적 계산,장애인시설을 혐오시설로 기피하는 정상인의 편견,선거를 앞두고 슬금슬금 눈치행정을 펴는 시당국에 떼밀려 장애인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세태가 안타깝기만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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