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호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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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콜호스­. 집단농장을 뜻하는 러시아어 콜렉티브노예 호자이스트보(Kollektivnoe Khoziaisto)의 준말이다.
소련에 집단농장이 처음 생겨난 것은 1929년초. 스탈린의 제1차5개년계획(1928∼1932년)에 따라 농업부문의 개별경작형태가 집단농장체제로 바뀐 러시아의 1929년은 진정한 소련사회주의 혁명의 해로 묘사돼 왔다.
농민이 땅의 주인이었던 농업정책을 뿌리째 뒤흔들어버린 스탈린의 농민집단화 과정은 신경제정책시대(1921∼1928년)에 육성된 5백만 쿨라크(부농)의 숙청이라는 비극을 동반했다. 쿨라크들은 처형되거나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로 추방됐다.
레닌의 신경제정책시대에는 자영농의 육성결과로 농업생산량이 급증했으나 스탈린의 1차5개년계획 기간중에는 농업생산량이 1차대전과 내전기의 생산량에도 훨씬 못미치는 퇴보를 가져왔다.
스탈린의 강제 농업집단화는 소프호스(국영농장)와 콜호스로 나뉘어 추진됐다. 농지의 68%를 집단농장의 관리하에 두고 10%는 국영화했다. 1930년 3월 현재 1천4백만가구가 집단농장에 가입했으나 같은 해 5월에는 단지 5백만 가구만 남고 나머지는 이탈해버렸다.
그러나 스탈린의 철권독재로 1차5개년계획 마지막 무렵에는 1천4백만가구이상이 집단농장에 참여했다.
소련 경제학자 바실리 우준박사는 89년 3월 『제정러시아시대 농노제도가 농민을 귀족들의 노예로 전락시킨 것처럼 20년대말의 농업집단화는 농부를 날품팔이로 전락시켰다』고 집단농장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바 있다.
75년의 대흉작 이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과외농사」로 자영농(가구당 1천7백평)이 허용돼왔다. 지난해말 현재 소련의 국영·집단농장은 총5만개에 이르고 2천5백만명의 농민이 소속돼 있다.
지난 60여년 동안 구 소연방 사회주의농업구조를 지탱해온 콜호스와 소프호스가 금년내로 러시아에서 완전 사라진다. 대표적인 소련 사회주의 유물인 콜호스가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의 「긴급조치」로 금년말까지 모두 공매,사유화하게됐다.
집단농장에 서린 소련농민들의 한이 이제야 풀리나 보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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