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들 표심 잡기 재산세 인상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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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내년도 아파트 재산세를 올해보다 평균 2배, 최고 7배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12.3 재산세 과표 개편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오는 17일까지 사퇴 예정인 총선 출마 예정 단체장들이 표밭을 의식해 재산세 개편안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1월 1일 시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는 7일 서울시내 25개 구청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행정자치부의 재산세 개편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9일까지 제출토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재산세가 가장 많이 오르는 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 강동.성동.양천구 등 대부분의 구청은 "경기 침체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재산세를 대폭 올릴 수 없다"며 재조정 의사를 밝혔다.

올해 초 행자부의 재산세 인상 권고를 거부해 마찰을 빚었던 송파구 이유택(李裕澤)구청장은 "수요.공급 원칙 대신 세금으로 아파트값을 잡으려는 획일적인 지침을 따를 수 없으며 법 테두리 안에서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한 김충환(金忠環)강동구청장은 "서민들의 조세저항이 우려돼 합리적인 조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고재득(高在得)구청장이 출마여부를 저울질 중인 성동구도 "옥수동 한남하이츠 등 상당수 아파트의 과표가 높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문용(權文勇).조남호(趙南浩)구청장의 총선 출마가 유력한 강남.서초구도 구청장 지시로 과표 기준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지방세법에는 행자부가 과표 기준을 마련해 지자체에 권고안으로 제시하면 각 단체장은 이를 심의해 결정.고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들 구청은 법에 보장돼 있는 자율 조정권(탄력세율제)을 발동해 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세법 제188조는 '단체장은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재산세의 표준세율을 50% 범위에서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강남 35평형 아파트 과표기준을 행자부안보다 50% 낮출 경우 누진세율도 줄어 재산세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각 구청이 과표 기준을 재조정하려면 반드시 구의회를 거쳐 새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기준 고시일인 오는 31일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시일이 촉박해 내년 실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단체장이 고시를 하지 않으면 올해 기준을 다시 적용해야 하며 제재수단은 없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안보다 50%나 낮출 수 있는 탄력세율제를 지자체가 발동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면서 "서울시가 각 구청의 입장을 모아 제출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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