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압력 다독거리기 저자세 작전/부시맞는 일본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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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으로 잡혀있는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놓고 일본은 저자세작전으로 임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 시장개방을 이번 방문의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의 심기를 다독거리려는 실리위주의 일본인다운 자세다.
○…미일 정상은 이번에 21세기를 향한 양국협력관계를 주제로 「동경선언」을 발표하게 돼있다. 부시 대통령의 방일이 당초 예정대로 지난해 11월 이루어졌더라면 이 선언안에 냉전후 국제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범세계적 차원의 미일간 정치·경제협력이 천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 경제침체악화,부시 대통령 지지도하락등 미 국내 사정에 따라 방일이 이번으로 연기되고 방문목적도 경제문제,특히 일 시장개방쪽에 치중되면서 동경선언은 단순한 선언으로 끝나고 진짜 알맹이는 구체적 숫자까지 나열한 「행동계획」에 담기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는 6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최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자동차 및 부품 수입확대 문제와 관련,『일반론이나 추상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행동계획에 구체적인 수치를 넣을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미야자와 총리는 이를 위해 자동차 업계에 협조를 요청,행정지도 형식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안겨줄 「선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히라이와 가이시(평암외사) 경단연회장등 경제4단체장들도 6일 신년공동기자회견에서 『자동차 등에서 눈에 보이는 협력을 해야만 한다. 미일 관계를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은 세계평화에도 중요하다』며 협력을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쌀시장개방에 관한 일본 정부각료들의 발언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정부 각료들은 관세화에 의한 쌀시장완전개방은 불가라는 입장을 표명하고,부분개방은 할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3일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외상이 『관세화에 의한 완전한 쌀시장개방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개방논의에 불을 댕겼으며,미야자와 총리도 4일 쌀시장 완전개방 문제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운수성의 한 간부는 『일본에 수출된 미국차는 모두 핸들이 왼쪽에 달려있다. 유럽차들처럼 일본에 차를 팔려면 오른쪽 핸들차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미국의 판매자세에 불만을 토로했다. 외무성은 배타적 거래관행으로 무역장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레쓰계열 거래에 대해 『게레쓰는 미국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영문 팸플릿 2천7백부를 만들어 미국 보도기관 등에 돌리는등 반격을 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을 수행,일본에 온 미국 경제사절단은 일본에서 이동시 미국 크라이슬러사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는 미 대사관이 크라이슬러저팬사에 의뢰해 이뤄진 것으로 일본에서의 미제자동차 판매확대를 노린 것이다.
경제사절단에는 리 아이아코카 크라이슬러 회장을 비롯,제너럴모터스(GM)·포드등 「빅스리」의 수뇌와 자동차부품업계 대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부시 대통령 방일을 맞아 일본경찰은 지난 3일 경비대책실을 설치,특별경계에 들어갔다. 동경 경시청은 2만6천명의 경찰관을 동원,경비에 들어갔으며,오사카(대판) 부경찰청은 1만1천명,효고(병고) 현경찰청은 5천명,교토(경도) 부경찰청은 8천명,나라(내량) 경찰청은 2천명씩을 각각 동원해 공항,대통령 방문시설,미군관계시설 등에 경비한다.
이같은 경비규모는 90년 노태우 대통령 방일이나 지난해 4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 방일시 경비규모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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