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부쩍 늘었다/작년 3천9백건… 3년새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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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주로 조세·토지보상 불만/전국 고법등 재판밀려 몸살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신장됨에 따라 각급 행정기관의 처리에 불복,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최근 3년간 두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민들의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의식 강화와 국가등 공공행정에 대한 불신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며 올해 4대선거에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사업 활성화와 관련,행정소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담당재판부의 업무가 가중돼 재판이 지연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질 우려도 커졌다.
전국고등법원에 지난해 1년동안 접수된 행정소송건수는 3천9백30건으로 3년전인 88년의 1천7백29건에 비해 2.3배나 늘어났다.
전국 행정소송의 75%이상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특별부의 경우 88년 1천3백42건에서 91년 2천9백82건으로 무려 1백22%인 1천6백40건이 증가했다.
이는 매년 5백40여건씩 40%가 증가한 셈으로 81∼88년간 연평균증가율 6%에 비해 7배 가까이 높아졌다.
또 부산고법은 88년 1백97건에서 91년 4백40건으로,대구고법은 90건에서 2백18건,광주고법은 1백건에서 2백90건으로 전국 행정소송이 2.3배∼2.9배까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법원측은 행정사건 담당재판부인 특별부를 88년 7개에서 90,91년 두차례에 걸쳐 10개로 증편했으나 급증하는 사건수를 따라가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재판부당 심리중인 사건은 평균 3백여건으로 3년전 1백80여건에 비해 1.5배 이상 업무가 늘어난 셈이다.
이와 같은 행정사건 급증은 ▲토지초과이득세등 신설세제에 대한 조세저항증가 ▲신도시건설에 따른 토지수용보상에 대한 불만 ▲국제심판소·중앙노동위원회등 행정부의 심사기관에 대한 불신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87년 6·29선언이후 사회 전반적인 민주화추세에 따라 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과거 국가의 결정에 순응하던 것과는 달리 법적인 투쟁에 나서는 경향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현재 행정소송을 낼 경우 밀린 사건으로 인해 첫재판이 두달뒤에야 열리며 평균처리기간이 8개월 이상으로 2·8개월의 민사사건이나 2·5개월의 형사사건 등에 비해 훨씬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토지수용과 관련된 행정사건은 87년 50건에서 신도시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90년에는 2백16건으로 4배이상 늘어 났다.
서울고법 지홍원 부장판사는 『세금문제등 행정소송은 형사·민사사건에 비해 관련 법규가 복잡하고 자주 개정돼 사안마다 해당법규를 찾아봐야 하는등 처리기간이 훨씬 더 걸리고 까다롭다』며 『시간에 쫓겨 충분한 법률검토와 심리를 못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부장판사는 또 『국제심판소와 중앙노동위원회등 행정부의 조정기관이 억울한 민원인들의 호소를 받아들이는데 인색,법원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 이들 기관의 융통성있는 운영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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