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젓줄/메콩강에 「개발의 꿈」넘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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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캄」분쟁·냉전끝나자 35년전 계획 재론/6개국 참가… 댐 80개·공단건설 대역사
동남아 최대규모의 메콩강을 「세계를 적시는 대하」로 탈바꿈시키자는 동남아인들의 오랜 꿈이 캄보디아사태 해결을 계기로 현실화되고 있다.
티베트고원에서 발원,중국 운남지방을 거쳐 인도차이나반도를 종단하는 총연장 4천3백50㎞의 메콩강은 무진장한 자원을 품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개발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바람에 「게으른 강」이라는 누명을 쓴 채 방치돼 왔다.
그러나 동서의 냉전구조가 끊나고 캄보디아문제마저 파리평화협정으로 일단락되자 메콩강유역국가들을 중심으로 메콩강종합개발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미얀마(옛버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등 6개국을 두루 지난뒤 남중국해로 흘러드는 메콩강은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국경선을 그어 놓기 훨씬 이전부터 수많은 민족과 많은 문명을 길러낸 어머니같은 대하다.
79만평방㎞에 달하는 메콩강유역에는 현재도 5천만명이상의 주민들이 이 강을 젖줄기 삼아 살아가고 있다.
메콩강유역은 에너지자원·삼림자원·미개척 경작가능지역 등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인미답의 메콩강유역을 개발한다는 「꿈의 계획」이 처음수립된 것은 지난 57년 유엔주도하에 「유엔메콩강위원회」가 설립되면서부터다.
이 계획은 당초 태국·월남·캄보디아·미얀마 등이 참가하고 미국·일본등 서방국가들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한다는 기본 구상속에 추진됐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 파견된 실무전문가들이 메콩강유역을 면밀히 탐사,▲메콩본류에 6개,지류에 80여개의 댐을 건설하고 ▲관개면적을 30만㏊에서 2백만㏊로 확대한다는 등의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댐이 건설될 경우 우기에는 홍수로 넘쳐나고 건기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하천들이 수량조절능력을 갖게돼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음은 물론 댐에서 얻어지는 전기로 메콩강유역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수륙교통망까지 갖춰지면 국경을 초월한 대단위 생산기지가 탄생,메콩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 태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메콩신천지의 건설을 위해 각국에서 몰려 들었던 댐건설·교량·농업수리등 각 방면 전문가들의 꿈은 70년대들어 인도차이나반도에 몰아닥친 공산화바람으로 무산됐다.
항불·반식민투쟁의 열풍이 곧 사회주의혁명의 파도로 돌변,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등 인도차이나 3국이 한꺼번에 공산화되자 반공국가인 태국이 메콩강종합개발사업을 「적을 이롭게 하는 반국가사업」으로 규정,모든 개발참여계획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캄보디아의 폴포트정권마저 메콩강사업참여를 거부,메콩강위원회는 이름을 메콩강잠정위원회로 바꾼채 지금까지 표류해 왔다.
그러나 캄보디아사태의 평화적 해결로 메콩강개발계획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동서냉전의 종식을 메콩강개발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우선 캄보디아가 메콩강위원회에서 탈퇴한지 16년만에 최근 정식복귀의사를 표명했다.
더구나 남부지역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중국도 메콩강개발에 참가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미얀마를 포함하는 6개국협력체제가 탄생할 기반이 마련됐다.
34년의 역사를 갖게된 메콩강위원회는 이미 강유역의 기상·인구·경제·지하자원·농식물분포등 모든 분야에 관한 자료를 갖춰 놓고 댐·교량·관개·농어업·기술자양성등 90개 프로젝트까지 마련한 상태다.
따라서 관련국들이 메콩강개발사업에 적극 나설 경우 개발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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