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당선소감-김종욱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당선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기쁨과 책임감이었다. 역량 부족과 미진함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책임감은 더욱 큰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나의 손을 떠나버린 것에 대해 마음 졸인다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작의 의지를 구체화하는 것, 혹은 역량 부족과 미진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시작이라는 것밖에 아무 것도 없다. 시작은 항상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학이 목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나에게 기쁨을 준다. 하지만 문학이 개체적인 진실을 넘어 보편적인 진실에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문학은 목적이 아니라 방법에 의해 구체화되어야 했다. 나의 언어와 방법, 태도가 현실적인 무기력과 논리적 오류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다. 나의 부족한 언어가 다른 사람들의 실제적인 행동 속에서 구체화되어 보다 넓은 의미로 돌아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신통치 않은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문학이라는 길로 들어섰던 때부터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신 여러 선생님들, 선배님들, 동료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의 언어와 방법, 태도는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준 혜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몇 달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과 지금도 고향에서 항상 못난 자식만을 걱정하고 계실 어머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

<약력>▲67년 전남 신안출생 ▲현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재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