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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 움직인 100인 1위에 광개토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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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광개토대왕


대한민국 역사를 움직인 100인 인물 중 1위에 고구려 정복군주 광개토대왕이 선정됐다. 또 영향력 '톱 10'에는 근현대 인물 7인이 차지, 고대나 중세의 추상적 인물보다는 오늘 우리의 삶에 구체적인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의 의미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발매에 들어간 월간중앙은 푸른역사연구소(참여학자 시대별 분야별 10인)와 공동으로 진행한 '창간 39주년 특별기획-5000년 歷史 움직인 100人의 大한국인' 선정작업에서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광개토대왕에 이어 ②세종 ③정약용 ④박정희 ⑤김옥균 ⑥서희 ⑦이건희 ⑧장영실 ⑨이승만 ⑩ 백남준 순으로 10인에 랭크됐다고 밝혔다.

광개토대왕이 1위에 선정된 것과 관련, 이번 작업에 참여했던 경기대 사학과 이재범 교수는 "광개토대왕의 군사적 영웅으로서의 정복활동이 한국인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을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광개토대왕의 대륙 진출이 한민족에게 잠재해 있는 반도인 콤플렉스에 대한 보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대왕이 2위에 오른 점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세종대왕은 <월간중앙>이 2004년 1월호에 발표한 <한국사 흐름을 바꾼 10대 결정> 설문조사에서도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모 교수는 "세종은 조선 건국 초기 불안정한 정치상황을 안정시켰고, 치국의 길은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며 "집현전을 활성화해 회의를 생산적으로 만들었고, 작은 벼슬 하나라도 반드시 심혈을 기울여 제수했다"고 평했다.

3위에 오른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마과회통(麻科會通)><흠흠신서(欽欽新書)><경세유표(經世遺表)> 등 무려 500여 권의 저술을 남긴 조선 후기의 대학자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과정에서 정약용은 학문적 업적 외에 파란만장한 삶도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의 이경구 연구교수는 "다산은 실학의 집대성자이자 사회개혁가였고, 방대한 유교 경전을 망라해 해석한 유교 역사상 드문 경학가였다"며 "어문.역사.지리.과학.의학.예술 등 학문 전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술을 남긴 박학(博學)의 학자였다"고 말했다.

종합평가 5위에 오른 김옥균은 한국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경희대 교양학부의 허동현 교수는 "국민을 단위로 한 국민국가를 세우려고 했으면서도 제국과 타협하려 했으며, 민족을 넘어 일종의 동아시아 공동체도 모색했던 이중성과 모호함이 김옥균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도 김옥균이 일으킨 갑신정변이 한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고려 때 인물 서희가 6위에 오른 이유는 거란의 침략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탁월한 외교술로 오히려 영토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른바 세치 혀로 거란군을 물리쳤다는 일화가 그것이다. 국제정세를 보는 정확한 시각과 거란과 수교를 맺은 후에도 송과 외교관계를 단절하지 않은 고려의 외교정책이 서희를 빛나게 했다.

조선을 대표하는 과학자 장영실이 8위에 오른 점도 앞으로 역사인물 평가에서 과학이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장영실은 노비라는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간의.소간의.앙부일구 등 천문관측기구와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를 발명해 조선의 과학기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현대 한국의 국가지도자였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10위권에 올랐으며, 지난해 타계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10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삼성 이건희 회장이 7위에 랭크돼 우리 국민들이 반도체 세계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에 얼마나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를 실감케 했다.

현대 인물로 4위에 오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공로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만이 9위에 선정된 배경도 주목할 만하다. 건국대 사학과 이주영 교수는 "이승만은 1945년 한국인을 중국 중심의 대륙문명권에서 떼어내 '현대판 로마제국'인 미국 중심의 해양문명권에 편입시키는 '문명사적 전환'을 주도했다"며 "한국인의 문명권 소속을 바꾸려는 혁명적 시도였다"고 평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씨가 역사를 움직인 인물 10위에 오른 점도 이색적인 결과였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의 존 핸하르트 수석 큐레이터는 "백남준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며, 조각.설치.TV프로젝트.비디오 등 수많은 장르를 넘나든 작가"라고 평했다.

10인 선정작업과는 달리 순위를 정하지 않고 고른 나머지 90인에는 통치자에 근초고왕.진흥왕.대조영 등 11인, 정치분야에 정도전.명성황후.김구.김대중 등 23인, 군사분야에서 이순신.을지문덕.강감찬 등 10인, 사회분야에서 장보고.안창호.안중근 등 10인, 종교분야에서 이차돈.최제우 등 7인, 경제분야에서 임상옥.정주영 등 5인, 학문에서 최치원.신숙주.최익현 등 8인, 여성분야에서 소서노.선덕여왕.소혜왕후 등 6인, 문화예술분야에서 아비지.이광수.나운규.조용필 등 9인, 기타 문익점 등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기 선정된 100인을 대상으로 CEO 30인, 대학생 30인에게 톱 10을 다시 물어 추가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CEO 30인이 선정한 역사인물 '톱 10'은 ①광개토대왕 ②이순신 ③정주영.이건희 ⑤세종 ⑥김구 ⑦ 박정희 ⑧안창호 ⑨정약용 ⑩안중근.박승직으로 나타났다. 역사학자들이 선정한 것과는 달리 정주영.이건희.박승직 등의 기업경영자들이 10위권에 오른 것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30인이 고른 '톱 10은 ①세종 ②광개토대왕 ③이순신 ④김구 ④왕건 ⑥이건희 ⑦박정희 ⑧문익점 ⑧정약용 ⑩안중근으로 집계됐다. 세종이 광개토대왕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은 요즘 취업난 등으로 영토확장보다는 내치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만선 월간중앙 기자 hanms@joongang.co.kr

<상보는 월간중앙 4월호에 있습니다>

[순위]

▶역사학자 10인 선정 톱 10

① 광개토대왕 ②세종 ③정약용 ④박정희 ⑤김옥균 ⑥서희 ⑦이건희 ⑧장영실 ⑨이승만 ⑩ 백남준

▶CEO 30인 선정 톱 10

①광개토대왕 ②이순신 ③정주영 ③이건희 ⑤세종 ⑥김구 ⑦ 박정희 ⑧안창호 ⑨정약용 ⑩안중근 ⑩박승직

▶대학생 30인 선정 톱 10

①세종 ②광개토대왕 ③이순신 ④김구 ④왕건 ⑥이건희 ⑦박정희 ⑧문익점 ⑧정약용 ⑩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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