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연 강인구·이형구교수 "남의 글 표절"논문시비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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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강인구교수(고고학)가 같은 연구원 동료교수인 이형구교수의 박사학위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박사논문이라기보다 개설서 수준』이라고 혹평하는 글을「한국학보」최근호에 발표해 학계의 화제가 되고있다.
강교수는「중국 동북지방의 고문화연구에 대한논평-한반도 고문화기원과 관련하여」라는 글에서 이교수의 대만대 박사학위논문「발해연안고대문화연구」를 논문체계·내용·인용등에 걸쳐 비판했다.
우선 논문체계면에서 연구대상이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를 함께 포괄하며, 지역적으로도 중국신석기 유적분포의 3분의1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등에서 『시공적으로 연구논문의 범위를 벗어나 지역문화개설서』라고 주장했다.
논문전개에 있어서도 대체적으로 분포지 출토지 유적명 유물명등을 기계적으로 나열한 반면 이를 분석 검토하는 토론이 절대적으로 부족,『창의적이고 심화된 연구가 아쉽다』고 평가했다.
가장 중요한 논지에 대해서도 『이미 발표된 견해들을 다시 내세웠다』고 혹평했다. 이교수의 논지는 한반도의 고대문화가 중국동북지방인 발해연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며, 그 증거로 즐문토기·북방청동기·구리거울등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강교수는 이 글에서 이같은 해석이 이미 기존의 얘기라고 주장함으로써 이교수의 학위논문을「학위논문으로서의 생명인 전문성과 창의성 양면에서」치명적으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강교수는 이밖에도 『이교수의 논문중 다른사람의 논문과 내용이 같거나 요지가 같으면서 인용주 없이 사용된 예』라며 22가지를 지적했다. 이는 곧「표절」이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간접적 표현으로 주목된다.
강교수의 이같은 글은 평소 학계에서 볼수없는 단호한 어조로 일관돼 있는데 이는 이글을 쓰게된 필자의 설명으로 이해된다.
강교수는 글중에서 『지난해말 연구원 교수회의에서 이교수가 나의 논문에 대해 자신의 것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커다란 불명예인 동시에 참을 수없는 충격이었다』며 『시비를 가리고 두사람의 연구를 학계로부터 평가받을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이교수의 연구를 나름대로 비평한다』고 밝히고 있다.
강교수는 또 글말미에서 『같은 기본자료를 사용한 연구이기에 동일한 부분이 없을수 없지만 연구목적과 전개방법이 다르다』며 이교수의 표절주장은「엉터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교수는 이에 대해 『강교수의 글은 논문이라기보다 감정적인 것이기에 학문적으로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강교수의 지난해말 논문은 어렵게 자료를 찾아 만든 내논문의 상당량을 주도 없이 무단인용한 명백한 표절』이라고 재강조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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