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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우파 세력 결집 사르코지 1차서 1위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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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4월 22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여전히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역대 최다인 40%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12명의 후보 가운데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중도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 세 후보가 선두 그룹을 이루고 있다.

◆ 사르코지 1차 투표 1위 유력=1월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다 된 듯했던 사르코지는 2월 초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다. 아파트 특혜 구입 의혹과 4000여 명의 집단 해고가 예고된 에어버스 사태 등 악재가 이어졌다. 지지도가 한 달 동안 10%포인트 가까이 곤두박질해 2위와의 격차가 거의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다시 31%로 올라섰다.

프랑스 언론은 지난주 27%로 최저 지지도를 기록한 게 약이 됐다고 분석했다. 불안한 판세를 보고 전통적인 우파 세력이 결집했다는 것이다.

◆ 결선 진출 한 자리 놓고 치열한 다툼 예상=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가 결선에 진출한다는 전제 아래 루아얄과 바이루의 싸움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차는 불과 2%포인트.

사회당은 2002년 대선에서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좌파의 무관심 속에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에게 밀려 1차 투표에서 탈락했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 바이루는 사르코지(5%)보다 루아얄(9%)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루아얄은 공격 대상을 사르코지에서 바이루로 바꿨다. 하지만 프랑스 언론은 그가 바이루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당의 '주적'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면 그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이루는 지난 한 달 지지도를 10% 안팎이나 높여가며 선거 판세를 단숨에 3강으로 바꿔놓았다. 루아얄을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언론이 바이루의 정책과 사생활 등을 집중 검증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번 주 초 여론조사에선 50여 일 만에 처음으로 지지도가 1%포인트 떨어졌다.

◆ 2차 투표는 더욱 예측 불허=누가 결선에 오르든 2차 투표는 더욱 예측 불허다. 사르코지나 루아얄에게 바이루는 껄끄러운 상대다. 바이루는 2차 가상 대결에서 사르코지(54 대 46)와 루아얄(60 대 40)을 모두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후보이기 때문에 고정표는 그대로 둔 채 상대에 따라 반(反)우파 또는 반좌파 표를 모두 긁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루가 "2차에만 나가면 내가 대통령"이라고 장담하는 이유다.

사르코지는 루아얄과 2차 투표 가상 대결에서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루아얄은 2차 투표에서는 1995년부터 연거푸 집권한 우파에 대한 거부감을 부각시킬 경우 해볼 만한 승부라는 계산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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