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자·정신대 대일 보상청구/정부대응 소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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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등서 잇단 문제제기/외무부선 「진상규명」만 강조
일제하에서 강제징집·징용되거나 정신대로 끌려간 사람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상옥 외무부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외무위에서 대일 청구권문제는 지난 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시 모두 해결돼 정부로서는 더이상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외무부는 「보상」이 아닌 「진상규명」에 힘쓰겠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지 못한데다 일본정부가 지난 3월 전달한 9만8백4명의 징용자 명부도 공개하지 않은채 추가명부를 전달해오면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외무부는 또 정신대문제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국회에서 지난 12일 청원심사소위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자 관계부처와 일부공관에 자료를 수집케하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무부는 국회 청원심사소위 이후 미국·일본·네덜란드·영국·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미얀마 등 태평양전쟁과 관련한 일부국가 공관에 관련자료 수집을 지시,21일 미군심리전팀이 심리전공보 2집에 수록한 보고서 사본을 입수,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인도·미얀마 주둔 심리전팀이 44년 8∼9월에 걸쳐 종군위안부 및 운영담당자를 대상으로 심문한 것으로 한국내에서 위안부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일본군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등 정신대가 일본군의 공식개입하에 이루어졌음을 증명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일본군이 이들에게 선편을 제공하고,교통·식량·의료편의를 제공해주는 통행증을 발급했으며,정신대를 일본군대에 배속·운영·관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그러나 이같은 자료발견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정부에 대한 항의나 보상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가토(가등굉일) 관방장관은 지난 6일 『일본 정부기관이 정신대에 개입했다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민간차원에서 운영된 것이므로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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