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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쿡남' 들이 웃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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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토요일이었던 17일 현대백화점 무역점 문화센터 요리 교실. 파스타 만들기 실습에 여념이 없는 20여 명의 수강생 중 남성도 5명이 있었다. 애인과 함께 온 20대의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혼자 강의를 듣는 50대 중반의 남성도 있다. 문화센터 정민혜 실장은 "최근 1~2년 사이 요리강좌에 참석하는 남성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며 "여성 수강생들은 처음에는 이들을 어색해 했으나 지금은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리하는 남자가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자 사는 남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관념이 바뀌면서 '요리는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변한 것도 이유다. 현대백화점이 20~40대 남성 카드회원 7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1회 직접 요리를 한다는 응답자가 23.3%에 달했고 한 주에 두세 차례 한다는 응답도 11%나 됐다. 유통업계나 식품업계는 요리하는 남성이라는 뜻으로 '쿡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폭 늘어난 소포장 식품 코너=백화점이나 할인점의 간편 조리 식품 매출은 최근 해마다 30~40%가량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싱글족이나 남성을 겨냥한 소포장 상품이나 간편 조리 식품 코너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해물탕.대구탕.우럭매운탕.선지해장국.해물순두부.부대찌개 등 재료 준비와 손질이 번거로운 메뉴들을 간단히 조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것. 가격은 5000~1만원 안팎. 버섯.조갯살 등을 추가로 구입해 음식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

이마트의 경우 간편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간편 채소는 찌개 등 요리에 들어가는 채소를 미리 씻어 먹기 적당한 크기로 썰어 포장한 상품. 파채 100g(1500원), 양상추 150g(1920원), 샐러드용 어린잎 50g(2000원) 등을 50~200g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소량 구입해 요리하기 편하다.

GS마트는 볶음밥.된장찌개.카레 등 음식별로 들어가는 채소들을 따로 모아 주재료와 함께 판다. 최근에는 달걀말이용 야채, 찜닭용 야채, 버섯육개장 재료 등 비교적 '고난도' 요리를 위한 상품도 선보였다.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도 씻은 감자, 깐 대파, 씻은 콩나물 등을 간편 야채나 편의 야채 등의 명칭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수퍼마켓(esuper.ehyundai.com)을 통해 조리법 서비스('오늘은 뭘 먹지')를 제공하면서 조리에 필요한 메뉴를 바로 클릭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간편 요리 제품 출시 붐=요리하는 남성과 혼자 사는 싱글족을 겨냥한 식품업계의 신제품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간편 요리 제품의 최대 히트작은 CJ의 햇반이다. '밥을 판다'는 생소한 개념에 첫 출시 당시 CJ의 임원진마저 주저했으나 10년 만에 4억 개나 팔리며 즉석밥의 대명사가 됐다. 햇반이 성공을 거두자 오뚜기.농심이 제품을 냈고, 동원F&B도 뛰어들 예정이다. 풀무원은 '레디쿡'이라고 이름 붙인 순두부찌개와 두부청국장찌개 제품을 출시했다.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함께 들어 있어 별도의 재료를 준비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집에서 찌개를 끓일 수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9월 전자레인지 전용 간편 조리 식품 전문 브랜드 '쿡스 쿡스(Coox Coox)'를 출시했다. 대상은 레토르트 식품 브랜드인 '쿡조이'를 내놓았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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