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착공 앞두고 절망 안고 한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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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금도 없고 마땅한 생계대책도 없는데 행정도시가 착공되기 전에 무조건 이주하라니…,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 10여평 규모의 점포를 임차해 7년째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노천호(38)씨는 "이주해서 창업하려면 1억5000여만원정도 필요하다"며 "그러나 보상금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씨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영업보상비 1000여만원과 이주비 600여만원 등 총 1600만원이다.그는 "배운건 제빵기술밖에 없는 데 이대로 가다가는 날품팔이로 전락하게 생겼다"며 가슴을 쳤다.

충남 연기.공주에 건설중인 행정도시 토지보상(2조 8000억원)이 지난해 12월로 마무리 됐으나, 부동산이 없는 450여가구(1200여명) 주택 세입자들은 "생계가 막막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행정도시건설청과 토지공사측은 오는 7월 첫 사업지구 착공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이주를 요구하고 있어, 토지보상금도 없고 전세자금도 넉넉치 않은 세입자들은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세입자 가운데 95%이상은 첫 사업지구안에 포함된 연기군 남면 종촌리.송원리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상가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액은 3개월치 영업보상비(평균 600만원)와 이주비(4인가족 기준 870여만원)가 전부다. 주택세입자는 이주비외에는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이에따라 예정지역 세입자 1000여명은 21일 오후 연기군 금남면 행정도시건설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예정지역 인근에 세입자를 위한 임시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생계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주변지역 주택 전.월세가 폭등하고 일자리는 줄어들어 보상 받을 부동산이 없는 세입자들은 생계가 막막하다"며 "생활용지나 상가용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에게 이주 정착금과 생활용지를 공급하라"고 요구했다.

종촌리에서 가게를 빌려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학범(45)씨는 "큰 돈은 못벌어도 그럭저럭 먹고 살았는데 보상금 2000여만원을 받고 가게를 정리하면 생계 수단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은 또 " 연이율 2%로 3000만원씩 대출되고 있는 임대주택 전세대출자금은 5000만원에 무이자로 지원, 세입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재훈(52) 대책위원장은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주비 600여만원이 보상의 전부"라며 "공주.대전 등 인근지역에서는 전세 5000만원이하 집을 구하기 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행정도시 건설청 생활대책팀 남일석 사무관은 "임대아파트 건립과 취업 알선 등 간접보상 차원의 저소득층 생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행 법률상 이주단지 조성이나 전세자금 상향 조정, 임대아파트 평수 확대 등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먼저 착공하는 1단계 사업지구 외에 나머지 사업지구의 빈집에 이주가 어려운 저소득층 주민들이 거주하도록 하는 방안을 토지공사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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