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트라이앵글' 사실상 무너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1일 확정 발표된 전국 대학들의 2008학년도 대입 계획은 과거 입시 때보다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뽑는 대학이 28곳(지난해 2곳)으로 늘었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내신) 성적만으로 뽑는 대학도 7곳(지난해 한 곳)으로 집계됐다. 논술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도 두 배 늘었다.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 위주로 신입생을 뽑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시행토록 했지만 대학들은 다양한 선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라는 교육부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수능과 논술로 우수 학생을 붙잡으려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이 현실을 무시한 교육당국의 규제를 무력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복잡한 퍼즐을 풀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H고 진학지도부장 임모(53) 교사는 "입시 사상 올해가 가장 골치아픈 해"라고 말했다.

◆ 상위권에서는 학생부 비중 줄어=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날 집계한 결과 정시모집에서 학생부 성적을 50% 이상 반영하는 대학 비율은 지난해에는 38곳(18.8%)이었으나 이번엔 150곳(65.8%)으로 늘어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 위주의 전형을 통해 고교를 정상화한다는 대입 취지가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위 수도권지역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보다 수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서강대.연세대 모두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성적만으로 뽑는 전형이 있다. 그러나 연세대 일반 우수자 전형(수시)과 고려대 수시모집 일반 전형에서는 학생부 반영 비율이 20~50%에 불과하다. 또 수능 성적 일부 영역에서 1등급 이상을 받아야 최종 합격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정원의 절반을 수능으로 뽑는다. 성균관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도 논술 비중이 50%를 차지하며, 정시모집에서는 정원의 절반을 수능으로 뽑는다.

이 밖에 부산대(정시 나군), 숙명여대(정시 다군), 이화여대(정시 가군), 인하대(정시 가군), 한양대 등도 정시모집에서 수능의 비중이 크다. 숙명여고 이화규 교사는 "수도권 상위권 대학이 교육부 지침을 지키면서도 수능 등의 비중을 높여 우수 학생들을 뽑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유리한 영역 골라내야"=서울대는 수시모집 지역균형 선발은 ▶1단계(학생부 100%) ▶2단계(학생부 80%, 서류 10%, 면접 10%)로 나뉜다. 정시모집 역시 1단계는 수능 100%, 모집단위별 3배수 이내, 2단계는 학생부 50%, 논술 30%, 면접 20%로 선발한다. 수능.학생부.논술.면접을 모두 잘해야 합격이 가능하다. 서울대처럼 모든 것을 고루 잘해야 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정시모집에서는 예상과 달리 논술 비중이 커지지 않았다. 국립대 중에서는 경북대가 10%로 가장 높게 반영하며, 대부분 사립대도 논술 비중을 10%로 잡고 있다. 이는 외형상 반영 비율이어서 실질 반영 비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강서고 박홍인 교사는 "대학들이 이번에 시도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의 출제나 평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비중을 높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초 수능.내신.논술 등 모든 것을 잘해야 대학에 간다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실제 대학들의 대입 요강에서는 상당부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수험생들은 복잡한 전형 방법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을 골라내야 한다. 영신여고 박현숙 교사는 "대학이 추가로 발표할 예정인 수능 가중치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홍준 기자

◆ 알림=2008학년도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신입생 선발 요강과 모집인원 상세 정보는 조인스닷컴(www.joins.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사항①
주요사항②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