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의 '도박' 일단 성공 … 우리은행장 후보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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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추천위원회(위원장 김인기, 오른쪽 위 안경 착용) 위원들이 21일 차기 행장 후보 추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서울 은행회관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려다 노조원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행추위는 보도자료로 결과 발표를 대신했다. [연합뉴스]

한 달여 동안 산고 끝에 LG카드 박해춘(사진) 전 사장이 우리은행장 후보로 확정됐다. LG카드 대표 자리를 박차고 우리은행장에 도전했던 박 후보의 '도박'이 성공한 셈이다.

우리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차기 은행장 후보로 박 전 사장을 우리은행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우리은행 노조의 저지로 예정된 기자회견도 하지 못했다. 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후보 선정 전날인 20일 LG카드 대표 집무실에서 박 후보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조의 반발이 심하다. 옛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해묵은 갈등도 숙제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 시험(우리은행 행장추천위 면접) 봤다. 노조의 '낙하산' 비난은 억울하다.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등 부실 금융회사를 살려내는 과정에서도 노조가 나를 반대한 적이 없었다. 우리은행 노조가 불안해하는 것은 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98년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갔더니 과거 대한보증과 한국보증 인원 수만큼 '나눠먹기'했던 인사안을 턱 내밀더라. 그런 것 다 무시했다. 능력.성과 위주로 과거 관행 다 깨면서 통합을 이뤘다. 이번에도 그런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행추위 위원들이 어떤 점을 높이 샀다고 생각하나.

"우리은행은 아직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1년에 자산을 46조원이나 불린 것이다. 단기간에 몸집이 커지면 적응하기 어렵다. 60㎏ 나가던 사람이 1년 만에 80㎏이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나름대로 대안을 얘기했다. 다양한 방법의 다이어트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 나갈 계획이다. 내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지 한번 지켜보라."

-은행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는데.

"서울보증보험 업무의 90%는 은행 업무와 겹친다. 창구 경험은 없지만 은행 경영 경험은 있는 셈이다. 또 현재 전통적인 은행 업무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보험.카드 등에서 갈고닦은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황영기 행장이 추진해온 대로 비은행 부문, 특히 카드사업을 강화할 것이다. 내가 카드사업본부장이라고 생각하고 뛰겠다. 그러나 전임 행장이 세워놓은 모든 사업 계획을 그대로 이어가진 않겠다. 1~2개월 안에 전면 재검토해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어도 바꿀 건 바꿀 생각이다."

-우리금융지주 박병원 회장 내정자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병원 회장에게 잘할 거다. 서로 할 일이 많은데 티격태격할 일 없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박 회장이 고민할 문제지만 좋은 의견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제안하겠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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