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든 고르비… 대결위기 넘겨(해설)/소 독립국공동체 인정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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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혼미한 정국 해결 실마리/옐친과 고르비 모종 합의있는듯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마침내 패배를 자인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12일 소련 언론사 간부들을 만난자리에서 ▲독립국가공동체결성을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를 하지않겠으며 ▲각 공화국 최고회의가 독립국가공동체결성을 지지하면 자신도 그 선택을 존중할 것이고 ▲독립국가공동체창설과정에 참여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독립국가공동체가 결성되면 『내가 설자리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직 사임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나의 역사적 소명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고별사를 말하듯 감정적이었다고 전해졌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당초 독립국가공동체가 「위헌이며 불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스크바 TV방송의 12일 저녁 9시 뉴스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머리뉴스로 다루면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임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 배석했던 샤흐 나자로프 대통령보좌관은 『대통령은 두번에 걸쳐 독립국가공동체에 자신이 설자리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은 그러나 헌법상의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 될때까지 그 독립국가공동체 창설과정에 참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고 말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독립국가공동체창설로 소연방이 완전 소멸될때까지는 연방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겠으며 돌발적인 사임의사 표시없이 최후를 맞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한편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변화와 함께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가 독립국가 공동체협정을 압도적으로 승인하고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이 독립국가공동체 참여를 원칙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혼미를 거듭해온 소련의 정정이 차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당초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내의 복잡한 세력분포와 최근 최고회의와 행정부가 개혁정책 방향에 대해 이견을 보인 점으로 볼때 자칫 잘못하면 비준에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또한 슬라브계 공화국만의 독립국가공동체 작업에 소외된 카자흐공화국 등 중앙아시아의 회교권 공화국들이 아슈하바드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끝에 독립국가공동체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따라서 구소연방이 지역과 종교,인종으로 분열될 위기는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고르바초프의 사임의사 표명과 옐친의 러시아공화국의회 연설을 분석한 모스크바의 분석가들 가운데에는 옐친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간에는 이미 독립국가공동체의 결성작업과 고르바초프의 향후 지위에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구연방과 신공동체간의 총체적인 대결의 위험성도 사실상 해소된 상태라는 의견들이 많다.
즉 이들은 옐친이 『구연방조직들이 비록 연방이 법적으로 사멸했으나 신공동체협정의 주요기구들에 대한 합의와 서명이 끝날때까지 존속한다』고 밝힌 점이나 고르바초프가 『새로운 공동체의 결성작업에 방해가 될 의사는 없다』는 등의 발언등은 이미 이들사이에 상당한 교감과 토론이 진행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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