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미녀의 정신대 규탄(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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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은 정신대희생에 사죄하고 배상하라.』
『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하고 교과서에 사실을 명기하라.』
11일 오후 2시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는 20여명의 여성들이 손에 피킷을 들고 「정신대 손해배상 거부」의 뜻을 밝힌 가토 고이치(가등굉일) 일본 관방장관의 「망언」을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35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회장 이효재·67)주최로 열린 집회에는 푸른눈의 금발머리 여성 2명도 참가,눈길을 끌었다.
『두달전 교회선교문제로 왔다가 우연히 정신대 얘기를 들었어요. 난생 처음 듣는 얘기였고 저에게는 몹시 큰 충격이었어요.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진정으로 회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스웨덴에서 교회전도사로 일하고 있다는 30대의 세델벨기양은 영하의 매서운 바람으로 두뺨과 코가 새빨개졌어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하사관·병·군속 금2원… 입장권효력은 당일에 한한다… 동병참사령부.」
당시의 「위안소규정」사진을 들여다보던 세델벨기양은 임산부에게도 「위안」을 강요했다는 안상임씨(56·아시아여성신학교육원)의 설명을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일본내에서도 정신대문제에 대한 자료가 나오는 판국에 계속 조사해보겠다는 얘기만으로 발뺌하는 것은 얄팍한 속셈이지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때까지 끊임없이 일본정부의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할 것입니다.』
일본대사관에 항의문을 전달하고 나온 이회장등 대표 4명은 결연한 표정으로 1시간30여분동안 시위를 벌이던 회원들과 자리를 떴다.
대사관 건너편 담벼락에 붙은 사진속의 「정신대 할머니」가 처연한 표정으로 펄럭이는 일장기를 응시하고 있었다.<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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