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늘어날수록 노인 간질 늡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노인 간질은 증상이 일반적인 성인 발작과 다릅니다. 특히 '노인이 설마 간질을 앓을까'라는 오해 때문에 치료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16일 저녁,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간질 치료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조셉 서번(43.사진) 교수. 그는 "노인 간질 치료와 연구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다"고 말문을 연다. 메이요클리닉의 신경학 분야는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신경학 분야 1위로 선정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곳. 신경과 교수만 120명, 간질 전문가도 11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서번 교수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노인 간질. 그는 "간질은 뇌 손상 때 빈발하는데 노년기엔 뇌졸중.치매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 뇌 종양 등 뇌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평균수명 증가가 노인 간질 환자 증가와 직결된다는 것. 따라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수록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도 노인 간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노인은 간질 발작이 흔히 의식 혼란, 기억력 상실 등으로 나타나며, 이때 치매.파킨슨병.뇌졸중 등으로 오진해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며 "간질 진단은 뇌파검사만 받아도 쉽게 확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번 교수는 "노인 간질 환자도 부작용 예방을 위해 약 용량을 줄이거나 수술 등을 포함한 환자 개인의 '맞춤 치료'를 적용하면 간질 발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최근 임상시험 중인 '간질 발작 예측기구'가 상용화될 3~4년 후면 간질 발작에 대한 공포심 없이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서울의 대형 병원을 돌아본 소감에 대해 "새로운 연구 분야는 미국이 다소 앞섰지만 환자 진료 수준은 한.미 간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값싸고 질 높은 한국 의료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