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국공동체 소련 해체작업 「동시진행」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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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개속의 소련 어디로가나/군부 반발·경제파탄이 변수/힘없는 고르비 “타협” 전망도
「독립국가 공동체」는 기정사실화한 것인가,아니면 아직은 구상단계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시 등 소련의 3개 슬라브공화국 지도자들이 8일(한국시간 9일) 발표한 새로운 연방형태에 대해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은 「공동체」를 구상단계로 간주,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9일 성명을 통해 『3개국만의 합의와 성명으로 소련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반면 보리스 옐친을 위시한 독립국가 연방안의 입안자들은 여기에 어떤 공화국도 가담할 수 있다는 보편성과 이 안만이 현재의 파멸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구체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인종별 동맹은 안좋다. 나는 소연방의 해체와 인종·지역을 중심으로한 이러한 형태의 동맹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3개국이 제안한 독립국가공동체안이 신연방 결성을 위한 연방조약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수긍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로는 일단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니콜라이 트라프킨 러시아 민주당 당수,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격렬한 반발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기하고 있는 소 연방 해체결정에 대한 법률절차문제에 대해 옐친등 독립국가공동체 주창자들은 연방조약은 슬라브 3개공화국과 지금은 해체된 카프카스공화국 연합의 조인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연방을 만든 당사자가 결의하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3개공화국 지도자의 결의가 그들 소속공화국 의회의 승인을 얻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며 자신만만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모스크바의 정치논평가들도 비록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반발하고는 있으나 정치적인 지지세력을 대부분 상실해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9일 크렘린에서 90분간 진행된 옐친과의 회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문의했다는 소문등도 나돌고 있어 결국은 현실적인 제안이라는 독립국가 공동체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9일 오후 한때 크렘린 주변을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선 고르바초프가 이날 저녁 전격적인 사임발표를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돌았으나 고르바초프의 성명은 이런 예측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한편 러시아공화국 TV뉴스인 「베스티」는 자사의 논평을 통해 고르바초프가 독립국가공동체의 군통수권자 지위와 독립국가공동체의 유엔대표로 계속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와 연관해 현재 모스크바에는 고르바초프가 이미 이러한 제안을 옐친 등으로부터 받았을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스티」는 결국 고르바초프가 3개국이 주도권을 잡고 결성한 독립국가공동체안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논평,방송했다.
따라서 현재 분위기로는 나자르바예프가 중앙아시아 5개국 연합을 구성,끝까지 독립국가 공동체에 조인을 거부할 가능성도 적어 대세는 독립국가공동체의 구성작업과 현 소연방의 해체작업 방향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군부와 경제의 파멸적인 상황등이 변수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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