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감독 홍기선 제도권 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오! 꿈의 나라』『파업전야』등 대표적 비제도권 영화를 제작했던 홍기선씨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첫 연출작은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자못 선동적인 제목의 이 영화는 「민작가」 원명희씨의 소설 『먹이사슬』과 87년 태풍 셀마에 희생된 새우잡이 선원들의 비극을 원안으로 기획됐다.
바탕이 턴 소설과 사건이 시사하듯 밑바닥 인생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담는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촬영 팀은 지난 9월 목포 앞바다 낙월도로 가 촬영을 시작, 현재 80% 가까이 촬영을 마쳤다.
『가슴에 돋는 칼…』은 한때 현대판 노예선이란 끔찍한 별명이 붙은 새우잡이 멍텅구리 배를 주무대로 했다.
그 속에는 거친 파도와 싸우며 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떠돌이 청년, 가출소년, 갈 데 없는 노인, 그리고 도피중인 강도범 등이 타고 있다.
땅과 격리돼있기 때문에 그곳도 하나의 「사회」를 이루어 지배를 강화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폭력과 협박, 회유가 선원들을 괴롭히고 그 때문에 그들 사이에도 심한 갈등이 일어난다.
곡절 끝에 주인공 청년의 주도로 그들은 탈출을 감행하나, 불운하게도 태풍 셀마가 그들을 덮치고 그 사투를 뚫으며 그들은 마침내 운명공동체로 맺어진다는 게 기둥줄거리다.
영화는 또한 선주, 몸파는 여자들, 섬 주민들을 대표로 세워 오지의 잘못된 질서를 비추게도 된다.
홍씨는 『음지의 현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줌으로써만이 우리사회의 갈등구조를 풀어내는 전망을 갖게된다』고 말하고 『능력은 부족하지만 이러한 한국적 리얼리즘 영화가 많이 나와야 우리 영화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제도권영화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 시나리오는 영화진홍공사의 올 상반기 사전제작지원(5천만원) 작품으로 뽑혔으나 홍씨가 『오! 꿈의 나라』때문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제작지원이 최소 되기도 했다.
영화계는 독립 PD인 홍씨가 제작비 부족 등의 이유도 있겠으나 연출에 있어 너무 폭력지향에 매달려 편향성이 지나치거나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슴에 돋는 칼…』에는 조재현·김진녕·최동준·이희성·박종철 씨 등 연극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참여했다.
촬영은 정광석씨 밑에서 오랫동안 일한 박희주씨가 맡았다.<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