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험은 졸업 후에 실시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0월말엔 『교수님 다음주 일요일 입사 시험이 있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휴강해 주셨으면 합니다.』 11월말엔 『교수님 제가 이번에 ○○회사에 들어갔는데 오늘부터 오리엔테이션·공장견학·합숙훈련에 들어가기 때문에 학기말 시험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선처해 주셔야겠습니다.』 매년 가을 대학교 4학년 강의실에서 되풀이되는 이런 현상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도 사실은 아주 드문 예에 불과하다.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4학년 2학기는 중간고사만 끝나면 아예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 8학기 가운데 한 학기를 이런 식으로 허비해 버려도 되는 것인가? 이 같이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대학 4학년 2학기를 바로잡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교육부는 대학원 입학시험은 2월, 입사시험은 3, 4월에 실시하도록 행정지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험준비를 할 수 있고 교수도 2학기 수업을 제대로 진행시킬 수 있다.
필수과목·선택과목 등 4학년 2학기에 이수해야 될 과목 뿐만 아니라 졸업논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2학기를 지켜주어야 한다.
둘째, 각 기업에서는 모든 입사시험을 다음해 봄에 실시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아직 공부해야 하고 대학 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학생들을 시험장으로 끌어들이고 졸업도 안한 학생들을 연수시킨다며 학교생활을 반토막 내는가. 요즘은 인턴사원이라고 해서 4학년 여름방학부터 모집을 하는데 졸업한 뒤에 모집한다고 그 학생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왜 덜 익고, 덜 배운 학생들을 서둘러 받아들이려 하는지 묻고 싶다. 만일 각 기업 간에 인재 확보에 있어서 경쟁문제가 대두된다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고 더 질 좋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 경제단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면 될 것이다.
최근 입사시험에서는 학과 1시험보다 품성이나 인간성을 더 중요시하고 집단토론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시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4학년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차분하고 확실한 품성과 한가지 문제를 제기하여 논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문을 제대로 써내는 졸업생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학교나 교수에 따라 차이가 나는 학점만 가지고 평가하지 말고 오히려 졸업 후 졸업논문 제출을 요구하여 그것을 입사시험의 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사원을 뽑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셋째, 각 대학에서는 우선 대학원 시험을 2월로 미루고, 졸업논문 작성을 4학년 2학기 필수과목으로 추가하여 강화하고 4학년 2학기 수업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넷째, 각 대학의 교수들과 4학년들도 이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업을 학기말까지 충실히 실시해야 한다. 시험준비는 4년 내내 하는 것이지 시험 며칠 전부터 학교공부도 팽개치고 전념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교수는 학생을 설득하여 해당 과목을 끝까지 마치도록 하고 학생들도 수업에 충실하게 참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