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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얼마전 한국성병학회 연례학술대회가 있었는데 그 주제가 「전립선염, 과연 불가해한 질병인가」였다.
왜 「불가해」란 단어를 인용했을까.
그 이유는 전립선염이 그야말로 똑떨어지는 증상이 없고 전립선염에 준하는 증상이 있더라도 전립선염이 아닌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교과서마다 증상이 각양각색으로 쓰여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꼭 그런 것도 아닌데 어쩌다 외도라도 한 후에 전립선염 증세를 보이면 반드시 성인성 또는 성병으로 막연히 믿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저런 이유로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게 되고 그때마다 이야기가 틀리다보니 자연히 우왕좌왕하게 된다.
40대 중반의 은행지점장인 A씨는 3년전 상처한 후 아직 재혼하지 않고 두 자녀를 키우는 착한 홀아비다. 전형적인 은행원으로 성격이 내성적이고 아주 민감한 분이다.
어쩌다 지방 출장 중에 동료들의 꾐에 빠져 외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 며칠 후부터 회음부가 뻐근하고 어쩐지 배뇨를 해도 시원치 않아 집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전립선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1주일에 두어 번씩 전립선마사지를 했는데도 낫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몇달동안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항생제를 계속 먹었으나 잘 낫지 않고 걱정은 걱정을 낳으며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은근히 눈치를 챈 중역이 달래서 필자에게 데려왔다. 이런 환자에게 어정쩡한 태도는 금물이다.
일부러 시간을 길게 잡아 자세히 문진을 하고 모든 검사를 한후 검사소견을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모두가 정상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겁먹은 얼굴이 풀렸다.
그래서 『A선생, 재혼을 하세요』라는 충고했다.
부부관계를 너무 안해도 전립선에 울혈이 오고 더구나 하루종일 앉아있는 직업이니 전립선 부위의 근육들이 긴장하게 된다. 또 신경과민이 겹치게 되면 회음부가 뻐근하거나 빈뇨가 오고 잔뇨감 같은 방광자극증상이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지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전립선염은 절대로 겁낼 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인 문제만 없다면 성기능에 장애를 주는 것도 아니고 부인의 임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립선염으로 생각될 때 처음 만나는 의사의 자세다.
절대로 겁을 주지말고 정확한 진단과 분명한 결과 없이는 전립선염이라고 속단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또 환자의 직업이나 성격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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