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 인재에게 … 환자에게 … '아름다운 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부산대 물리학과 장민수(62.사진)교수팀이 10년 동안 연구해 인정받은 특허기술의 사용료 1억6000만원 전액을 제자와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장 교수팀은 자동차 앞유리의 습기제거 기술을 ㈜이노메탈(경기도 안산시)에 넘겨주고 받은 올해 분 기술이전료 800만원을 부산대 물리학과 김영민(석사과정 1년)씨 등 재학생 6명에게 100만~200만원씩 장학금으로 15일 전달했다.

장 교수팀은 이노메탈로부터 20년 동안 해마다 800만원씩 1억6000만원의 기술이전료를 받기로 지난해 10월 계약을 맺어 이번에 첫 해 분 이전료를 받았다. 기술이전료는 부산대에서 물리학 관련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20년 동안 800만원씩 전달된다.

장 교수는 지난해 이노메탈과 기술이전 계약을 마친 뒤 기술이전료 모두를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공동 특허권자인 이 대학 물리학과 출신 유민기(박사).박성수(석사).주영태(LG전자 상무)씨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이 개발한 특허기술은 '투명도저막 및 그 제조방법'이다. LCD(액정표시장치)와 PDP(플라즈마표시패널) 등 각종 평판 디스플레이의 기판에 전극을 형성하는 얇은 투명 소재인 'ITO(산화인듐)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드는 기술이다. 비싼 ITO 대신 값이 싼 징크(ZNO)라는 물질을 이용, 제조 가격을 낮춘 것이다.

장 교수 팀은 1996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특허를 받았다. 이노메탈은 이 기술을 자동차 앞유리의 습기를 제거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합성수지나 필름에 전기가 통하는 물질을 입힌 뒤 차 유리에 붙여 습기를 없애는 기술이다. 자동차 뒷 유리 속에 들어있는 열선은 눈에 보이지만 이 기술은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장 교수는 "제자들이 고생해 획득한 특허기술로 벌게 된 돈을 후학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며 "정년퇴직할 때까지 물리학도를 위한 장학금을 계속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