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용지 추첨=로또'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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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 분양 경기가 침체하면서 택지개발지구에서 나오는 아파트 용지 매입 열기도 한풀 꺾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택지개발지구에서 추첨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용지는 평균 1백대 1을 웃돌아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 지난달 중순 경기도 고양시 풍동지구의 2개 블록에는 3백72개 업체가 접수했고, 광주광역시 동림지구 2개 블록에는 1백32개사나 참여했을 정도다. 일부 업체는 협력회사나 페이퍼컴퍼니(서류회사)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에서조차 미분양과 미계약이 속출하면서 아파트 청약 시장이 위축되자 업체들이 택지 매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토지공사가 지난 3일 경남 양산 물금지구의 공동주택지 10개 블록(아파트 8천8백가구)에 대해 1순위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1백86개 업체가 참여했다.

내년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2개 블록에 1백31개사가 집중됐을 뿐 2006년 택지를 쓸 수 있는 6개 블록에는 26개 업체만 신청했다. 양산 물금지구는 지난 3월 1차분 2개 블록 공급 때는 1백80개사가 참여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택지지구가 이처럼 외면받은 적은 없었다"며 "1순위의 경우 땅값을 1년 분할 납부하는 까다로운 조건 탓이기도 하지만, 아파트 건설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현실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광주 동림지구보다는 양산 물금지구가 더 많은 관심을 끄는 곳인데도 이처럼 외면받는 것은 중장기 주택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된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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