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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맛] 해장국 서울 시내 베스트 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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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송년회가 2003년 마지막 달력 곳곳에 잡혀 있다. 매번 과음만은 피하자고 다짐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지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좀처럼 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밤늦도록 마신 술에 상한 속을 달래는 데는 역시 해장국이 최고. 국내 최장수 음식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순경(63)씨에게서 '술'잡는 해장국으로 서울 장안에 소문난 집 11곳을 추천받았다.

*** 전주유할머니집

전주가 고향인 유효제(76세)할머니가 북창동 골목에서 43년째 콩나물국밥(4천원)과 비빔밥 맛을 고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콩나물을 삶은 국물에 새우젓을 풀어 간을 하고,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김치를 안치고 한바탕 더 끓이다 바글바글 끓는 상태에서 달걀을 한 알 깨뜨려 얹어 낸다. 따라나오는 찬은 잘 익은 깍뚜기와 마른 반찬 한 가지에 간을 더할 수 있도록 새우젓이 곁들여진다. 콩나물이 길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4~5cm 정도로 짧게 직접 길러서 사용한다고. 오전 7시부터 영업. 겨울철엔 모주를 끓여 한잔에 2천원을 받는다. 02-752-9282.

*** 청진옥

올해로 67년째를 맞은 서울 청진동 해장국골목의 터줏집. 사골과 등뼈를 넣고 푹 곤 진국에 된장을 풀고, 배추우거지.대파.쪽파.마늘.생강을 듬뿍 넣고 고듯이 계속 끓인다. 주문하면 국물에 밥을 말고 선지와 내장 삶은 것을 한줌 얹어 낸다. 따끈한 진국과 부드러운 우거지가 어우러져 구수하다. 소화흡수가 빠르며, 술로 인한 피로를 풀고 위 기능을 소생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후련하고 몸이 개운해지는 맛에 반세기 넘게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는다. 3백65일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종각역에서 4~5분 거리다. 선지해장국 5천원, 선지 추가 4천원. 02-735-1690.

*** 대성옥

독립문 앞에 있는 40년 내력의 도가니탕집. 본래는 해장국집으로 시작한 곳으로 도가니가 워낙 유명해져 대부분 도가니 전문집으로 알고 찾지만, 아직도 20~30년 된 단골 해장국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고. 뼛국에 도가니국을 가미한 부드럽고 진한 국물에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어 개운하고 깊은 맛이 있다. 푹 삶아 우린 배추우거지와 선지를 넉넉히 얹어 내는데, 가격도 10여년 전에 올린 3천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열어 오전 11시까지 내지만 점심에도 굳이 해장국을 찾으면 마다않고 말아준다. 도가니탕은 7천원. 02-735-4259.

*** 형제추탕

해방 이후 줄곧 서울 장안의 주객들을 이끌어온 명문 주점이었다. 지금은 미아삼거리 근처인 하월곡동 성가병원 옆에 옮겨 앉아 70년 명맥을 잇고 있다. 사람들은 상호만 보고 추어탕집으로 알고 찾지만, 실제 서울식 추탕은 내력이 오랜 술국이다. 사골과 내장 삶은 국물에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배추우거지 삶은 것 등을 더해 고춧가루를 풀어 육개장처럼 화끈한 맛이 있다. 술국으로 먹으면 취해도 속이 덜 불편하고, 취하고 난 뒤 속풀이 효과가 한수 위라서 값(8천5백원)이 선지국의 갑절이다. 길음역에서 7~8분 거리, 오전 10시에 개점. 02-919-4455.

*** 터줏골

무교동 술골목에서 1968년 문을 연 북어국집. 점심이면 서울시장이 와도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는 집이다. 북어로 뽀얗게 끓여낸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이 숙취로 뒤틀린 속은 물론 잃었던 입맛까지 확실하게 돌려준다. 강원도 진부령 덕장에서 1년치를 미리 주문해 쓰고, 마늘은 물론 밥에 안치는 검정콩까지 충주와 음성에서 계약재배해 온다는 것. 까다로운 재료 관리와 단 한가지라도 최고의 맛을 낸다는 주인의 곧은 마음씨와 정성이 담겨 있다. 밥과 국 모두 2~3회까지 무료로 추가 가능. 정확하게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북어국 5천원. 02-777-3891.

*** 강남따로국밥

지하철 신사역 4번 출구에서 2~3분 거리인 간장게장골목 초입의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강남 일대 젊은 직장여성들로 붐비는 '물'좋은 곳이기도 하다. 사골과 양지 삶은 국물을 알맞게 섞고 콩나물.무.대파를 넉넉하게 넣어 국물이 달고 감칠 맛이 난다. 굵게 갈아 넣은 태양초 고춧가루가 톡 쏘듯 자극하며 콧등에 땀방울을 맺게 한다. 대구의 따로국밥과 전주 콩나물국밥이 조화를 이룬 듯한 맛이 영.호남 어느 지역 사람이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3백65일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따로국밥 6천원. 02-543-2527.

*** 평창장국밥

사골 삶은 국물에 대파를 듬뿍 넣고 끓인 파국에 쇠고기 양짓살 삶은 것을 가늘게 찢어 한줌 얹어낸다. 서울식 육개장이나 대구탕과 흡사하지만 맵지 않고 담백하다. 대파에서 우러난 국물이 속은 물론 피로까지 말끔하게 풀어준다. 맑은 양지국물에 흐물흐물하게 푹 삶아진 대파의 부드러운 질감과 양짓살의 고소함이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피크타임은 술자리가 파하는 오전 2~4시인데 입추의 여지가 없다. 강남 교보빌딩 네거리에 위치. 한그릇에 6천원. 02-549-7292.

*** 용문해장국

저녁 장사를 안하는 선지해장국집. 오전 2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2시면 정확하게 문을 닫는다. 11시간30분 내내 성황을 이룬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는 서울시내 택시기사들이 몰려 주변이 온통 택시주차장으로 변한다. 사골과 등뼈를 곤 국물에 배추우거지 데친 것과 대파.콩나물.무가 들어가고, 된장.고추장을 알맞게 풀어 넣어 약간 얼큰한 듯 개운한 뒷맛이 기가 막히다. 일주일간 충분히 익혀낸 깍두기 맛도 포인트. 둘째.넷째 월요일은 쉰다. 지하철 효창운동장역에서 내려 용산전자상가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 4천5백원. 02-712-6291.

*** 금수복국

부산 해운대 명물이 서울 강남 관세청 네거리에 분점을 냈다. 부산과 마찬가지로 24시간 영업, 3백65일 연중 무휴다. 오랜 명성 덕택에 2층 규모의 1백60석 자리가 점심과 저녁은 물론 새벽까지 가득 메워진다. 냉동복.활어복을 가려서 사용하고, 은복.밀복.까치복 등을 계절과 시세를 구별해 쓴다. 콩나물.대파.미나리가 얹힌 시원한 복국물을 식기 전에 다 마시면 아무리 꼬였던 속도 스르르 풀리며 허리가 쭉 펴진다고 부산사람들은 자랑한다. 은복국 9천원, 밀복국 1만5천원, 까치복국 1만7천원. 02-3448-5487.

*** 산촌

수유동 4.19국립묘지 앞에 있는 올갱이(다슬기) 해장국집이다.

청주가 고향인 주인이 충청지역 산간에서 나는 신선한 올갱이를 들여다 충청도식으로 끓여낸다. 북한산 새벽 등산객들이 주이용객이다.

올갱이를 삶은 파르스름한 국물에 아욱과 부추를 넣고 푹 끓여낸다. 고향에서 직접 담가 온다는 된장이 더해져 국물 한술 한술이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고 몸을 가볍게 만든다. 한그릇에 6천원. 02-908-7788.

*** 칠형제감자탕

공릉전철역 네거리에서 산업대 쪽으로 위치. 7형제가 모두 서울.안양.미국LA 등 여섯곳에서 똑같은 감자탕집을 하고 있다. 돼지 목뼈와 등뼈를 5~6시간 푹 삶아 냄새와 기름을 말끔히 빼 국거리 뼈다귀를 만든다. 국물에 마늘.생강.들깨.된장을 풀어 뼈다귀를 안치고 식탁에서 다시 끓여 먹는다. 통감자를 얹은 감자탕과 뼈만 얹은 뼈해장국을 구별해 해장국은 1인분 5천원을 받는다. 설.추석만 쉬고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한다. 02-949-3047.

김순경(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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