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세 할머니 33달러 강탈… 뉴욕 시민들 할 말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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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하루가 멀다 하고 강력 범죄가 발생하는 '비정한 도시' 미국 뉴욕 시민들이 할 말을 잃었다. 30대의 건장한 강도가 단돈 33달러(약 3만1000원)를 빼앗으려고 보행기에 의지한 101세 할머니를 주먹으로 때려 눕힌 사건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건은 4일 뉴욕시 퀸스에서 발생했다. 일요일인 이날 낮 교회에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던 로즈 모라트(101) 할머니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할머니가 현관을 나서도록 돕는 척하던 이 남자는 순간 강도로 돌변, 할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린 뒤 지갑을 빼앗아 달아났다. 지갑에는 33달러의 현금과 집 열쇠가 들어 있었다.

광대뼈에 금이 가 입원한 모라트 할머니는 "조금만 젊었어도 강도를 쫓아갔을 것"이라며 "차라리 돈을 달라면 그냥 줬을 텐데 나 같은 할머니를 공격할 만큼 비굴한 강도가 오히려 불쌍하다"고 말했다.

이 강도는 잠시 후에는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 집으로 가던 85세 할머니의 얼굴을 때린 뒤 32달러와 할머니의 결혼반지를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101세 할머니를 공격하는 장면이 어렴풋하게 잡힌 감시 카메라 영상이 방송을 타면서 뉴욕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인근 주민 앤서니 리카델리는 "나도 95세의 모친이 있어 더 화가 난다"며 "강도가 내 손에 잡히면 살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언론사 등에는 이런 종류의 범죄자는 종신형에 처하거나 101세가 될 때까지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편지가 쏟아졌으며 뉴욕주 의회는 13일 70세 이상 노인을 공격할 경우 이를 현재의 경범죄에서 중죄로 처벌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뉴욕 경찰은 수십 명의 형사를 동원해 수사에 나서는 한편 키 175cm 정도의 30대 흑인 용의자를 공개 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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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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