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2, 한나라당 '표밭' 영남서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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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한나라당 '표밭'인 영남에서 격돌했다. 경선을 앞두고 두 주자가 '민심'과 '당심'(당원들의 지지)을 동시에 잡기 위해 '경선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친박 지역' 공략

◆ 친박(親朴) 지역 공략한 이명박=이 전 시장은 1박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았다. TK는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지역이다. 박 전 대표 출생지(대구)와 지역구(대구 달성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구미)이 모두 몰려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런 TK를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찾았다. '취약지역'인 만큼 유독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전 시장은 영주 당원협의회 당직자 간담회에서 "요즘 당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시끄러워 국민이 걱정하지만 잘못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대선 후보 선출 경선은 시끄러운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경북 내륙지방의 발전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경북 북부, 충청 북부, 강원 남서부 등 내륙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가 건설되면 경북은 새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과 낙동강을 물길로 잇는 한반도 대운하는 이 전 시장의 대표 정책 구상이다.

이 전 시장은 이곳 선비촌 소수서원에선 옥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채 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어 전통 한옥을 살펴본 뒤 "한옥에서 살면서 조상의 지혜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뒤 서울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하루 동안 영주.문경.예천.상주.구미.대구를 누볐다. '낙동 미래포럼' 창립기념식 참석 등 대외 행사도 있었지만 주된 목적은 당원협의회 간부들과의 간담회였다. 민심에서 격차를 벌린 데 이어 '당심'에서도 앞서가겠다는 공격형 행보다.

■ 당원 1000명 악수

박 전 대표는 2박3일 일정으로 경남을 찾아 강행군을 했다. 그는 이날 경남 김해 '의생명융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산청 5일장 등을 찾았다.

그는 뉴라이트 진주연합 모임에서 "아무리 우파가 지향하는 방향이 옳다고 해도 부패하거나 도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결국은 실패"라며 "바른 방향으로 나라를 다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고 했다. 또 "한나라당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면, 내 이익을 앞세워 퇴행으로 간다면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최근 '경선 룰'과 관련해 "당이 구태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있다"고 주장한 박 전 대표가 다시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당 대표로 있으면서 기득권을 전부 내놓고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었다"며 "과감한 정당 민주화 등을 실천해 지금 우리 한나라당 지지율이 50%를 육박하고 있다"고 자신의 공적을 내세웠다.

박 전 대표 역시 '당심 챙기기'에 바짝 신경을 썼다. 그는 김해 인근 지역 당직자.당원 150여 명과 오찬을 한 데 이어 만찬은 진주 인근 지역 당원 100여 명과 했다. 17명의 경남 출신 의원 중 김기춘.김학송.최구식 등 5명의 의원과도 따로 만났다.

김해에서 출발해 진주로 가는 동안 함안과 산청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날 악수를 한 당원들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실상 '6월 경선'을 겨냥해 표심 다지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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