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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MD사 대만과 손잡았다/“기술 넘겨도 추월능력 없다” 판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민간항공기 제작부문의 40% 매각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업체인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사가 민간항공기 제작부문의 40%를 대만의 우주항공사에 매각,합작생산을 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맥도널 더글러스(MD)사가 대만에 판매할 생산설비는 20억달러 상당에 이른다. 양측은 곧 실무협상에 들어가 내년 1월말 최종 구매협상을 체결하며,6·7월께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세계 항공업계의 관심은 왜 MD가 대만을 파트너로 택했으며,대만 또한 20억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항공기 제작산업에 뛰어들었느냐에 쏠려 있다.
MD사는 현재 위기감에 몰려있다. 미국의 보잉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가 프랑스등 유럽6개국이 공동으로 참여·생산중인 에어버스에도 작년부터 밀려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비축소로 인해 앞으로 전투기·미사일 등 전투장비의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여객기생산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항속거리 9천마일 이상의 대형여객기(탑승인원 4백명) 개발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MD는 그동안 40억달러에 이르는 개발비용을 분담하고 생산비용도 줄일 수 있는 합작상대를 아시아지역에서 찾아왔다. 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도 그 대상이었으나 대만에 낙착된 것이다.
일부에선 대만이 무모한 도전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만으로선 자동차·조선·반도체 부문에서 한국에 선두를 뺏겼지만,항공기(여객기) 제작부문만큼은 기필코 앞장서겠다는 구도아래 MD와의 합작을 이끌어냈다.
대만은 그동안 컴퓨터분야에서의 기술축적으로 항공기 제작을 무난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세계항공업계는 앞으로 15년동안 세계시장에서 9천기(6천1백70억달러 상당)의 여객기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MD사와 대만측은 현재 항공산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아시아지역에서 앞으로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계산,아시아시장을 중요시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MD가 대만과의 합작을 추진하자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장래 중국의 경제특구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대만이 하이테크산업의 중심지가 되는 것을 오히려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여 성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대만쪽으로 합작선이 결정된 이유중에는 대만의 항공기부품 기술축적이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덜돼 있어 기술이전을 받아도 MD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 우주항공은 지난달 1일 대만정부와 대만의 여러 민간기업들이 함께 출자해 자본금 2억달러로 설립됐다. 사실상 MD와의 합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대만의 우주항공이 구입하는 생산 설비는 MD사의 최신형 MD­12 제트여객기의 동체와 날개부분의 제작에 필요한 것들이다. 대만에서는 이 신형여객기의 동체와 날개부분 등을 만들며,최종 조립은 MD사의 미국내 공장에서 이뤄진다.
MD사는 최근 대만에서도 임금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이같은 합작생산을 하면 미국에서 일체를 생산·조립하는 것보다 생산비를 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작의 결과로 이제 대만은 항공관련산업의 일대 도약을 맞게 됐다. 대만측에선 앞으로 10년만 있으면 대만의 우주항공사가 MD사의 도움없이도 항공기를 자체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측은 내년 6,7월께부턴 항공기부품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만이 플래스틱제 슬리퍼,저급 컴퓨터나 만드는 섬나라로 인식되던 것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꽃피울 날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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