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뼛조각 쇠고기' 놓고 FTA 협상서 한국·미국 왜 티격태격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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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조각이 발견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

A : 겉으론 광우병 이유로 우리가 수입 거부 속으론 축산농가 보호 놓고 대립하는 거지요

'뼛조각 쇠고기'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한국과 미국이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얘기를 할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죠. 이달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농업 분야 한.미 고위급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로 거론됐습니다. 이 말이 한.미 FTA와 연관이 있는 건 미국이 이 뼛조각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야 한.미 FTA를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에요.

◆'뼛조각 쇠고기'란='뼛조각이 들어 있는 쇠고기'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네요. 쇠고기에 뼛조각이 들어 있다는 게 왜 문제냐고요? 그 뼛조각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뼛조각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광우병'으로 알려진 이 병의 의학적 명칭은 '소 해면상 뇌증(BSE)'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소가 미친 것처럼 난폭해진다고 해서 광우병이라고들 하는 데, 그런 소의 뇌 사진을 찍어 보면 스펀지나 해면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다고 해요.

광우병이 발견된 것은 1986년 영국이 처음입니다. 대체 왜 소들이 그런 병에 걸렸을까 연구하던 학자들은 풀을 먹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게 그 원인이라는 걸 밝혀냈죠. '육골분 사료'라고도 불리는 '동물성 사료'는 소뼈나 내장, 개.돼지.고양이 등의 사체를 가공 처리해 만든 사료입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88년, 미국은 97년부터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 먹이는 걸 금지했어요. 2000년부터는 이탈리아.포르투갈.스위스.유럽연합(EU).한국도 그랬고요. 우리나라는 2001년 1월부터는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도 금지했습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사실은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CJD)'에 걸린 환자의 뇌가 광우병 소의 뇌와 비슷하게 스펀지처럼 변한다는 점 때문에 알려졌습니다. '인간 광우병'으로도 불리는 이 병에 걸리면 치매에 걸린 것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쇠고기 중 인간 광우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부위는 소의 뇌.골수.척수 등인데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병의 발병 확률은 100만 명 중 한 명 정도로 매우 낮고 잠복기는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들 합니다. 영국.미국.일본 등 광우병 소가 발견된 나라 사람들은 자국산 쇠고기를 거리낌없이 먹고 있습니다.

◆'뼛조각 쇠고기'가 왜 문제인가요=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이 금지된 것은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부터입니다. 그 후 미국은 수입 금지를 풀어 달라고 요구해 왔고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검역 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을 통과하는 쇠고기에 대해서만 반입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그때 만든 기준이 바로 '디본드(deboned)', 즉 뼈를 발라낸 순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거였죠.

뼈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들여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검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뼛조각이 살코기에 붙어 있는 게 발견됐어요. 우리 정부는 뼛조각이 발견된 쇠고기뿐 아니라 수입하려던 모든 미국산 쇠고기를 되돌려 보냈고, 이에 대해 미국은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쇠고기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모두 세 번인데 세 번 모두 작은 뼛조각이 발견돼 전부 반송됐거든요. 미국 측은 "살코기에 붙어 있던 것은 위험부위(SRM)의 뼈가 아니라 살을 뼈에서 기계로 발라내는 과정에서 튕겨 나간 작은 뼛조각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위험부위의 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죠.

지난해 1월 합의한 수입 검역 기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디본드'란 뼈를 발라낸 살코기를 말하는 것이지 '본리스(boneless)', 뼛조각이 하나도 없는 살코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입니다. 뼛조각이 전혀 없는 살코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반면 우리 정부는 "디본드란 뼈 없는 순수 살코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있습니다.

두 나라 정부가 이렇게 팽팽히 맞서는 이유는 사실 자기 나라의 축산 농가 보호 때문입니다. 미국 축산 농가들은 한국 수출 길을 열어 달라며 자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고, 한국의 축산 농가들은 축산 농가들대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한우가 덜 팔리고 값도 내릴 테니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세계 각국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만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있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5월 열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은 '광우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국가'에 해당하는 2등급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광우병과 직접 관련된 뇌 등 부위를 빼고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어려워집니다. 한.미 FTA협상이 막바지에 있는 지금 쇠고기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 여러분들도 생각해 보세요.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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