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인접 발해만 오염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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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발해(渤海.중국명 보하이)만으로 유입된 유해성 폐기물이 모두 57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15.8억t은 유독성 화학공업 관련 쓰레기다. 중국 해양국 산하 해양발전전략연구소(해발연) 추산이다. 이와는 별도로 20억t의 고체 쓰레기가 발해만에 버려졌다. 발해만이 썩고 있다는 보도는 여러 번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쓰레기가 얼마나 많이 버려지고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에 있는 서우두(首都) 제철소가 발해만으로 이전해 신서우두 제철소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 건설될 제철소는 단일 공장으로는 중국 최대가 된다. 공장 이전으로 발해만 오염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 연안 지역 어류는 거의 멸종=가오즈궈(高之國) 해발연 소장은 12일 제10기 5차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한국의 국회 해당)에서 발해만 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는 전인대 환경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해 쓰레기가 대량 유입되면서 발해만 근해의 어류와 새우.게 등 주요 수자원이 사라지고 있다"며 "어민들의 생활은 빈곤선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오 소장은 "발해만 오염원은 80%가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 화학비료 등"이라며 "발해만이 반쯤 닫혀 있기 때문에 오염도는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해양국이 발표한 2005년 발해만 오염 상황에 따르면 '가벼운 오염 지역' '오염 지역' '심각한 오염 지역'이 전년에 비해 각각 190㎢, 580㎢, 300㎢ 늘어났다.

◆ 단속 법령이 없다=중국의 '수자원 오염방지법'은 형사처벌 규정을 갖추고 있지만 바다 오염은 다루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해양 오염은 환경법과 해양환경보호법.청결생산법 등의 규정을 원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법률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규제가 약하다. 법마다 소관 부처가 달라 효과적인 규제를 가로막고 있다. 예컨대 해양환경보호법의 경우 환경보호국.해양사무국.어업정책국.해사국 등 여러 조직에 걸려 있다. 유해물질 해양 방류는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이를 규제할 효과적인 수단이 없는 셈이다.

◆ 한.중 간 환경분쟁 가능성도=중국 국가환경국은 2001년 '푸른 발해 만들기 계획'을 수립했다. 15년 동안 555억 위안(약 6조7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변의 4개 공업지구에서 오염물질을 마구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발해만 오염을 방치할 경우 이와 연결된 서해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중 간 환경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오 소장은 "발해 환경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특별기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배출 물질에 대한 첨단 감시 시스템 도입 ▶주변 공업 지역에 대한 규제와 감독 ▶외국의 성공사례 수집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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