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사고 산재인정 "너무 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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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근로자가 사업장 안팎에서 업무와 관련된 사유로 사망·부상·발병등의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 산업재해 보상보험법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게된다. 그러면 단순히 일터로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이른바「통근재해」의 경우에는 어느 선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최근들어 도심 교통량이 폭증하면서 그 누구도 출퇴근의 안전을 자신할수 없기에 이에 대한 근로자들의 관심은 크다. 제도와 실태를 알아본다.
◇통근재해=노동부는 노동부 예규인 「업무상 재해인정기준」에 『사업주가(직접) 제공하거나 이에 준해 이용토록 한 교통수단을 이용, 출퇴근하는 도중에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간주한다』(제2장7조②항)고 정해놓고 있다.
다시 얘기한다면 사업주가 소유 또는 임대한 통근차량이나 사업주가 「이것을 타고 출퇴근하라」고 지정해준 차량에 탑승한 이후부터 하차하기 이전까지 발생한 재해 이외에는 업무상 재해로 안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이 규정을 대단히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여기서 조짐이라도 벗어나는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봐주지 않고 있다.
◇엄격적용=서울 모회사의 광고영업사원인 조모씨는 야근을 마치고 자신의 승용차로 퇴근하다 상일동 부근에서 화물트럭과 충돌사고를 일으켜 숨졌다. 유족들은 회사가 사원들로 하여금 차량을 구입해 업무용으로 활용토록 권장하면서, 차량구입시 3백만원을 무이자 장기할부상환으로 보조하고 월2백ℓ의 유류까지 공급하는 것으로 볼 때 회사에서 제공한 것과 다를바 없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손수운전자에 대한 회사측의 보조는 근로자복지증진책의 일환이며, 업무추진을 위한 것이지 출퇴근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 자신이 사고차량을 소유·관리하는등 법률상 권리·의무를 행사해왔으므로 사용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준교통수단으로 볼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한전 서천화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최모씨는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 하차지점에서 내려 집쪽으로 60m쯤 걸어가다 지나가는 봉고에 치여 크게 부상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사용자의 교통수단을 떠나있는 상태에서 일어난 재해는 사용자의 지배관리범위에서 벗어난 재해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근로자 요구=노총등 노동계에서는 출퇴근 교통사고의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현재의 경직된 통근재해 인정범위를 더욱 확대, 세분화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소규모·영세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회사측이 통근버스를 운영할 형편이 못되는 탓에 「할수없이」 도보나 대중교통편으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대기업에 소속돼 통근버스로 「편하게」출퇴근하는 근로자는 보호하면서 정작 이들에겐 아무런 안전장치가 마련돼있지 않은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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