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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버스차로제 효과 중간점검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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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런 반응은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버스의 운행 속도가 높아져 승용차 이용자가 버스로 전환하게 되면 도로 혼잡이 줄어들어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이 제도의 운영 목표다.

그렇다 해도 이런 정책 목표가 항상 달성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통 혼잡이 심한 곳에선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혼잡이 원래 없는 곳에서는 오히려 더 큰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평소 정체가 극심한 도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두어 버스의 운행 속도가 크게 개선된다면 혼잡을 피하기 위해 승용차를 포기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승용차 이용자들도 큰 반감을 갖지 않는다. 과거에도 길은 항상 막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 혼잡이 없거나 심하지 않은 곳에선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인해 버스의 운행 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불편함을 안게 된 버스 이용자와 차로 수가 줄어들어 혼잡을 겪게 된 승용차 이용자로부터 동시에 불평을 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서울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교통혼잡이 심했던 강남대로, 수색.성산로, 도봉.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해 시민들은 대개 지지를 보냈다.

반면 혼잡이 덜한 마포로.한강로 등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해서는 버스 이용자와 승용차 이용자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앞으로 더 확대될 계획이다. 그러나 각 도로 상황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