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와 정면대결에 당혹감/현대 「납세거부」 경제계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난세엔 중용” 기업들 불똥튈까 입조심/국세청선 “무모한 수순 밟고있다” 지적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8일 「세금납부거부」라는 폭탄선언을 하고 나서자 재계나 경제부처 모두 「충격」을 받은 모습들.
그런 와중에서도 사태향방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회장이 그러한 결심을 하게된 배경과 앞으로의 추이를 점치기에 바쁜 표정들이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현대가 불복은 하되 추징액을 일단 내고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했는데 정회장이 정면대결로 나서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회장의 발언후 청와대에서도 즉각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이번 사태로 재계에 어떤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
대부분의 대기업그룹 관계자들은 『난세에는 중용을 취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회장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자제하면서 『정회장이 현대그룹만 주식이동조사를 받은 것처럼 언급한 것은 뭔가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반응.
○…정회장의 납세거부선언이후 현대그룹은 특별한 변화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직원들은 정회장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설왕설래.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정회장의 결단을 믿고 따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한 관계자는 『오늘의 현대가 있게된 가장 큰 이유는 정회장의 그같은 저돌적인 추진력과 도전력때문』이라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
한편 현대그룹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발표이후 세법전문변호인단을 구성,철저한 법적준비를 하고 있으며 1차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경제부처에서는 이번 일이 정부의 대재벌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그룹사건은 우연한 계기로 표면화됐지만 과거 성장일변도의 대재벌정책이 경제력 집중완화쪽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
○…국세청은 현대의 대응에 대해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으나 속에서 터져나오는 불쾌함은 역시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누구에 의해서도 위협받은바 없는 국세청의 위상에 정회장이 큰 흠집을 내려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정회장의 기자회견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대응책을 숙의하고 법이 규정한 모든 체납처분절차를 밟기로 다짐.
국세청관계자는 『설사 정권이 바뀌고 행정소송 등을 통해 국세청이 일부 세액부분에서 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규모는 1백억∼2백억원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정회장이 무모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회장이 주식이동의 불가피성을 들면서 그 이유가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주식 등을 불가피하게 정리해야 했다』고 밝힌데 대해 어이가 없다는 표정.
한 관계자는 『상호출자를 해소하는 것과 저가양도를 통해 이득이 발생한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상호출자분을 제값에 넘겼거나,또는 기업공개때 증시에서 매각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을 왜 공정거래법을 거론하는지 알수가 없다』며 거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촌평.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주식일부를…」운운하는 대목에 대해서도 『현대의 내부지분율이 67.8%로 10대그룹중 가장 높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주식을 갖고 있어야 경영권이 안정된다는 얘기냐』고 반문.
○…현대그룹 과세건이 이의신청·심사청구 등의 절차를 거쳐 심판청구로 넘겨질 것이 확실해지자 국세심판소는 벌써부터 심의할 사안의 중압감을 느끼기 시작.
국세심판소의 결정은 1심법원의 판결과 같기 때문에 심판소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현대와 관련해서는 『심판청구가 접수되면 법에 따라 심의하겠다』는 「원론」이외엔 일체 함구.
국세심판소는 최근 한진그룹이 제기한 심판청구(불균등 감자에 대한 세금추징 1백61억원에 하복)에 대해 증빙자료의 보완 등을 요구,결정을 다시 한달간 미루는등 몹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회장이 기업공개나 회사채발행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세금납부할 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힌데 대해 증권당국은 『주식공급물량 조정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억제되고는 있지만 현대계열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이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고 강조.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그룹에 대한 추징세액부과가 기업공개와 증자과정에서의 변칙 또는 저가증여에 대해 이뤄졌는데 세금납부할 돈을 공개나 증자를 통해 마련토록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경제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