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협상 병법…을지문덕의 시 한 수 번역해서 건넨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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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이요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라,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이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라'.

한.미 FTA 8차 협상장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한시가 등장했다.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다. 삼국사기에 실린 이 한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양제의 명으로 고구려를 침공한 우중문에게 충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뜻은 이렇다.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

우리 측 농업협상팀은 이 한시의 원문과 영역본을 최근 미국 협상단에 건넸다.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 측이 어느 정도 양보안을 내놓았으니 미국도 공세 수위를 조절해 달라는 의미다.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병법'이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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