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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망하면 환경도 망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최근 일본 동경대학 학위논문에서 『농민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동경시민들의 답변내용은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사람이 약49%,『자연을 보호한다』는 사람이 약 32%,『일본 고유전통 민속을 이어간다』는 사람이 약 9%, 『과일술(주)을 만든다』는 사람이 약 3%, 『기타(꽃을 재배하고 뽕을 가꾸는 사람등)』가 약 7%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시각에는 농민이 자연을 보호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요컨대 농민의 역할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에서 환경보전적인 농업으로 바뀌어간다는 시각으로 변화되고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삼능종합연구소는 최근에 논(답)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했다. 연간 쌀 생산을 약1천1백만t으로 계산할때 한화로 약21조6천억원(4조엔)이고, 직접성 공익적 기능으로는 일본의 장마때 논이 댐 역할을 하여 홍수피해를 줄여 주는 금액이 24조3천억원(4조7천억엔)이고, 가을에 황금빛 넘치는 풍요로운 벌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여유있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짐으로써 생기는 이웃사랑과 범죄예방의 이득과 논에서 발생되는 산소와 녹음·샘물보전·경관등 간접성 공익적 기능이 약28조6천2백억원(5조3천억엔)이어서 모두 75조6천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금액산출방법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긴 했으나 국민 모두가 이 발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일본 방식대로라면 한국의 논은 과연 얼마만큼의 금액이 나올까. 금년의 쌀 생산은 예년과 같은 풍년이므로 약 5백80만t으로 치고 이를 소비자가격으로 환산하면 약6조원, 장마때 댐역할로 홍수피해를 줄이는 데는 한국의 논면적은 일본의 절반 정도지만 경사지가 일본보다 많지 않고, 강폭이 넓고 깊이도 더 길므로 일본의 3분의1로 금액을 줄여 약 8조원, 지난추석때 인구의 절반인 약 2천만명이 고향을 다녀오며 풍요로운 들녁을 바라보면서 여유있는 마음가짐에 대한것과 환경보전·산성비 정화등의 금액이 일본의 절반인 약 14조3천억원으로 치고 이들을 합하면 약28조3천억원이 된다.
이제 한국도 농업과 농민을 보는 시각에 변화를 가져야 한다.
지난 9월17일 유엔에 가입했다고 며칠동안 국민적 축제분위기에 들떠있었고 정부와 여당은 민심을 얻는데 결정적인 호기로 삼았다. 그러나 환경과 관련해서 본다면 유엔가입 덕분에 앞으로 돈주고 외제공기도 수입하게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지구촌 3분의1의 산소를 생산하는 브라질에 있는 아마존 강변 원시림의 파괴(벌목)를 막는 조건으로 한국을 포함한 중진국, 선진국들은 브라질의 외채를 갚아주어야 한다는 협상이 진작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의 배당금은 향후 10년동안 최소한 1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앞으로 환경문제는 세계적 공동체로부터 관리될 것이고 유엔기구에 최상위급의 국제규약도 만들어질 것이다.
요즘 지구촌 선진국들은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최일선 전위대가 농민임을 깨닫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례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농민들에게는 환경보전의 역할에 대한 고마움은커녕 이것에 대한 국민들의 감각도 없고, 더구나 요즘은 물가앙등의 주범인양 손가락질받고 있어 국민들의 시각변화가 필요한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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