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합하면 1800세' 한인 시니어 축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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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방어수들도 내한텐 아이데지비!"

79세의 나이에도 공을 차는 최봉주씨의 특기는 '평양식 개인기'다. 이북 5도를 주름잡던 왕년의 축구실력을 먼 이국땅 미국에서도 마음껏 뽐내고 있다.

50대 이상으로만 구성된 '한인 시니어 시티즌 축구단'이 창단돼 화제다.

지난해 12월1일 공식 출범한 이 축구단의 단원은 총 30명. 이들의 나이를 합하면 무려 1800세가 넘는다. 최고령은 79세 최연소가 51세다. 하지만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강철체력을 뽐내며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6시 라파예 파크 내 축구장에서 젊음을 차고 있다.

이근화(75) 단장은 "초록 인조잔디 위에서 새벽공기를 마시며 함께 즐기는 축구의 맛이 정말 끝내준다"며 "둥근 공 하나로 우리 모두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

단원들은 모두 축구에 푹 빠진 매니아들. 매일 뛰는 덕분에 이들에겐 보약도 필요없고 병원 갈 일도 없다.

당뇨 치매 관절염 혈압 등 나이 들면 찾아오는 불청객인 성인병도 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365일 늘 건강한 남편이자 할아버지들인 것이다. 심지어 한 단원은 매일 새벽 풀러턴에서 올라올 정도로 열성이다. 비가 와도 새벽 4시50분에 집에서 나와 1시간을 달려 공을 찬다.

축구에 미쳐 살지만 자신의 일에도 다들 최선을 다한다. 축구사랑이 곧 일에 대한 열정으로도 이어지는 것. 한복 가게 주인 골프샵 주인 보석방 주인 한의사 화가 그리고 목사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직업 특성에 따라 축구단 운영 업무도 결정된다.

한의사가 팀 닥터이고 전 상업은행 축구선수였던 골프샵 주인이 감독이다.

서주식(54) 감독은 "어르신들의 축구 사랑 그리고 기본 실력과 체력 모두 수준급"이라며 "멕시코 엘살바도르 등 40대들로 구성된 타인종 커뮤니티와 친선경기를 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 아침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린 뒤 오손도손 모여 앉아 모닝커피를 마실 때 가장 상쾌하고 뿌듯하다는 한인 시니어 시티즌 축구단원들. 이들의 한마음 열정에서 축구공이 둥근 까닭이 느껴진다.

[USA중앙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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